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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7-17 20:55

좌절과 실망이 습관인 사람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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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선생님으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자신에 대해 쉽게 실망하는 버릇 또한 어떤 면에서는 자의식 과잉이라는 얘기였다. 이유는 간단하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밖에 없는 실수나 실패에 대해서도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마는 것은 ‘보통 사람들이라면 몰라도 나는 이것보다 더 나은 존재여야 한다’는 믿음이 어딘가에 자리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라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그런가? 싶었던 이야기에 어느덧 끄덕이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나는 왜 습관적으로 내게 항상 많은 것을 기대하는 걸까? 

 

좌절과 실망이 생활습관인 경우

 

물론 잘 하고 싶었고 때문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 일에서 나쁜 결과를 얻는 경우, 또 큰 실수나 잘못을 저지른 경우 실망스러운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이때 “열심히 애쓴 만큼 실망도 크다. 다음에는 좀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이번 기회를 반면교사 삼아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자신에게 “이 멍청이! 그럼 그렇지. 이런 쉬운 일도 못해? 너무 화나!”라고 생각하는 것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넓은 강이 흐른다. 

 

실망과 좌절이라는 감정은 이번 성과가 희망과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정보를 전할 뿐, 내가 더 이상 가치 없는 인간이라든가 인생 전체가 망했으니 자기비하나 하고 앞으로 자신감 따위 가질 생각도 하지 말라는 신호가 아니다. 실망은 우리로 하여금 내게 있어 이 목표가 얼마나 중요했는지 깨닫게 하고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무엇을 더 해야 하는지, 예컨대 자기 객관화가 부족한 나머지 애초에 불가능한 목표를 세운 것은 아닌지(목표 수정), 노력하는 방식이 잘못된 것은 아닌지(전략 수정) 잘못된 부분을 찾아 고치도록 동기부여하는 데 목적이 있다. 

 

따라서 실망에서 행동으로 옮겨가지 않고 실망이라는 감정에만 계속해서 갇혀있다 보면 이러한 괴로운 마음을 달래는데 과한 에너지를 쏟게 되며 이는 그야말로 본말전도다. ‘적당한’ 실망은 필요하지만 ‘선을 넘은 과한 실망’은 아무 도움도 되지 않고 되려 가뜩이나 부족한 인지적 자원을 까먹는 등 해롭다는 것이다. 

 

실망을 밥먹듯 하는 편이라면, 애초에 자신과 세상에 대해 비현실적인 기대와 목표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하기 이전에 비현실적인 기대와 목표를 먼저 수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얼마 전 직장을 옮기는 것과 같은 일을 시도하다가 미적지근한 결과를 얻은 일이 있었다. 초연한 마음으로 임하자고 생각했지만 막상 예상했던 것보다 결과가 좋지 않으니 실망스러운 마음이 밀려왔다. 내가 이거 밖에 안 되나? 이유가 뭐지? 뭔가 실수했나? 사람들이 나를 안 좋게 봤나? 하필이면 코로나 시국에 이직이라니 운도 나쁘지 등등 잡생각(자아의 저주)에 잠겨 침울해져 있었다. 이런 생각들 끝에 결국에는 이런 내가 싫고 사는 게 정말 힘들고 인생 뭘까 등등 지구 반대편으로 땅굴을 파고 있었다. 

 

하지만 문득 “지금 나에게 나를 이렇게 힘들게 만들만한 실질적 문제가 발생했나?” 하는 질문을 던져보니 딱히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아쉽고 슬프고 실망스러운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여기서 더 나아가 결과가 나오기 전이나 후나 그대로인 내 자질이나 성격을 비난하고, 나를 알아주지 않은 사람들을 비난하고, 나아가 코로나19와 나쁜 운을 준 우주를 비난하며 내 삶의 모든 것이 문제인양 호들갑을 떨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지금 당장 직장이나 집에서 추방을 당해서 갈 곳이 없거나 너는 쓸모없는 인간이니 영원히 동굴에 갇혀서 마늘이랑 쑥이나 먹으면서 살라는 처분을 받은 것도 아니었다. 즉 이렇게 반응할만한 일은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왜 나한테 이런 기대를 하는가

 

스스로에게 또 다른 질문을 던져보았다. 예상보다 결과가 나쁘다고 실망하고 있는 내게 나의 예상은 과연 어떠했는지 물었다. 설마 네(내)가 열심히 했으니까 당연히 모두가 인정해주고 얼씨구나 모셔가야 한다고 생각한 거야? 너와 비슷하거나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다른 지원자들은? 세상의 모든 어려운 일들은 수십번 시도해도 한 번 잘 될까 말까 한데, 단 한 번의 시도만으로 덥썩 좋은 결과를 기대했던 걸까? 또 함께 일하는 사람을 결정하는 일에는 그 사람의 능력과 자질 뿐 아니라 함께 일 하는 사람들과 서로 합이 잘 맞는지, 조직과 내가 서로 잘 어울릴지 등 많은 요소들이 작용한다. 그럼에도 오직 내 능력 때문에 결과가 나빴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 지원 과정에 고려되는 다양한 요소과 운까지도 내가 전부 미리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고 여겼단 말인가?

 

조금만 질문을 던져보니 내가 내게 일어나야 한다고 예상한 결과들이 참으로 비현실적이고 허무맹랑하다는 깨달음이 다가왔다. 나는 내가 실제보다 더 대단하고 특별한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것, 적어도 어려운 것도 한 번에 착착 해내는 멋진 사람이 되고 싶단 욕구가 크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결국 이 괴로움의 원천은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나는', 아주 어려운 일이지만 그래도 '이 정도는', 전혀 당연하지 않지만 '당연히' 잘 해내야 한다는, 나에게 걸고 있었던 허황된 기대였다. 

 

아무도 특별하지 않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자의식이 과한 동물이다. 모든 사람들이 자신은 대부분의 영역에서 ‘평균 이상’은 된다고 믿는 ‘평균 이상 효과’가 한 예다. 사람들에게 성실성, 정직성, 도덕성, 오픈 마인드, 능력 등등 다양한 영역에서 자신이 어디에 위치할 것 같은지 평가해보라고 하면 90% 이상의 사람들이 “나는 적어도 평균은 간다”고 응답한다. 얼마 전 자동차 사고를 낸 운전자들도 자신의 운전실력을 평가해보라고 그러면 이번에도 역시 모두가 “나는 그래도 평균 이상”이라고 대답한다. 

 

평균 이상 효과의 존재에 대해 알려줘도, 다른 사람들은 자기 객관화를 잘 못하고 자의식만 강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으며 따라서 평균 이상 효과도 보이지 않는다며 평균 이상 효과를 보인다. 내가 보기에 나는 나 자신과 세상을 정말 객관적이고 공명정대하게 바라보고 있는것 같겠지만, 우리가 바라보는 모든 것은 결국 내 ‘뇌’의 필터를 거친 결과물이다. 내가 가진 인식들은 태생자체가 주관적이어서 객관성과 공정성에 한계가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사람들은 모두 거기서 거기라고 할까. 

 

모두가 자신은 남들보다 우월하고 특별하다고 이야기하는 현상 역시 모두가 비슷한 자기 고양적 착각에 빠져 있다는 사실과, 역설적이게도 모두가 특별한만큼 결국 아무도 특별하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줄 뿐이다. 자신이 특별하다고 굳게 믿고 있더라도 이는 상당부분 ‘착각’에 기반한 생각이라는 것이다. 

 

설령 정말 특별한 부분이 있다고 해도 수만가지는 되는 삶의 분야에서 모래알 같은 영역 몇 개에서 반짝거릴 뿐, 우리는 필연적으로 반짝거리지 않을 때가 훨씬 많다. 언제나, 늘, 모든 영역에서 특별한 사람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하지 않는 것이 되려고 애쓰면서 굳이 실패와 좌절감을 늘려갈 필요는 없는 것이다. 내가 특별하지 않다는 사실에 새삼 놀랄 필요도 없다. 또한 특별함에 대한 지각은 기본적으로 비교 우위, 우월감을 동반하기도 해서 특별함을 추구할수록 특별해지기는 어렵지만 불행해지기는 쉽다. 

 

그러니까 내가 생각하는 나, 세상, 내가 받아야한다고 생각하는 대접, 내가 예상하는 결과들 모두 어쩌면 상당부분 망상일 수 있음을 기억하자. 내가 가진 기대들이 허상이라면, 이런 허상이 어긋났다고 큰일 난 것처럼 실망하고 좌절하는 것 역시 불필요한 행동인 것이다. 잘 하는 게 당연하기는 커녕 내가 종종 삽질하고 실패하는 것이 더 당연하다. 충분히 있을 수 있는 매일매일의 삽질에 실망하는 나는 사실 꽤 오만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출처 동아사이언스(박진영의 사회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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