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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06 16:21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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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해야 한다는 강박

심리학과 교수로 활동을 하다 보니, 심심치 않게 대중의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는 따뜻한 에세이나 기고문을 써달라는 요청들이 있었다. 요청하시는 분들은 내가 뭔가 심리학적 지식을 많이 갖고 있고, 오랫동안 심리치료 경력을 가지고 있으니 이런 글들은 노트북만 열어도 쉽게 술술 써 내려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시는 것만 같았다. 그렇지만 논문만 쓰던 나는 이런 글들을 쓰는 것은 그 어떤 일보다 힘들었다. 일부러 내면의 감수성을 영끌하기 위해 비 오는 날 허름한 커피숍에서 글을 써보려고 노력을 하기도 하고, 셀프 헬프 에세이들을 수십 개 읽기도 했으며, 일부러 한밤중에 술을 마시고 글을 쓰려는 시도들을 했다. 그렇지만 심리 전문가이기 때문에 글이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몇 시간씩 커피만 마시고 싸구려 ‘갬성’만 뚝뚝 떨어지는 이상한 글만 써졌다. 나는 스스로 나의 글쓰기 재주에 대해 비난을 하고, 더 확대하여 나의 전문성에 대해 의심을 했으며, 어떤 날은 나라는 인간이 싫어지기도 했다.

 

이런 일은 내 인생에 자주 반복되어왔던 패턴이었던 것 같다. 무엇인가 잘하지 못하면 스스로 세운 높은 기준에 미치지 못한 나 자신에 대해 완벽하지 못함에 대한 자책하기. 나의 강박적인 성격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내 주변에도 이렇게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나는 깨달았다. 신입생으로 들어온 학생 한 명이, 처음으로 통계를 분석하고 해석하면서 아무 피드백을 하지 않았는데도 먼저 자학을 하며 “제가 너무 부족해서…”라는 단서를 붙이고 입을 여는 것이다. 처음 배우는 입장인데도 불구하고 그 학생의 기준은 이미 해외 석학처럼 통찰력과 큰 의미가 있는 연구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최근에 상담한 한 외국인 내담자는 한국에 온 지 몇 주 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길 찾는 것을 잘 못 한다고 스스로 미숙하고 무능력하다고 평가를 하고 있었다. 상담을 통해, 그 어떤 능력과 기술도 익숙해지는 데 연습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조명한 후에야 내담자는 조금 편하게 시간을 두고 한국 생활에 적응할 수 있었다.

사람들이 우울해하고, 자책하는 일들은 대부분 보면 심리적 기술이 필요한 부분이다. 여기서 심리적 기술이라는 것은 다양할 수 있는데, 다른 사람과 관계 맺기, 자기 주장하기, 감정 컨트롤 하기, 스스로를 너무 비난하지 말고 다른 외부 요인에게 탓 해보기 등 다양할 수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부족함을 기술이 없다고 생각하지 못하고 처음부터 타고 나야 한다고 생각하며, 본인의 본연의 부족함으로 귀결한다. 만약 처음으로 커피숍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어 바리스타 기술을 배우는 것과 비교한다면, 당연히 커피를 한번도 못 만들어본 사람은 기계를 다루는 법, 커피 온도를 맞추는 방법 등 이런 기술이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경험이 없어 커피를 잘 못 내리는 것을 스스로 부족하다고 생각하거나, 성격이 이상하다고 생각할까?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럼 왜 우리는 유독 이렇게 심리적으로 잘 발달이 안 된 기술에 대해서는 시간을 갖고, 연습하고, 점점 성장하고 키워질 수 있는 기술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할까?

내가 좋아하는 심리치료 중 ‘변증법적 행동치료’라는, 보통 경계선 성격장애 환자들에게 효과적이라고 알려진 치료가 있다. 이 치료를 좋아하는 이유는 ‘기술 훈련’skills training이라고 하는 모듈이 있고, 그 안에는 내담자가 평소에 잘 배우지 못한 여러 가지 심리 기술을 교육시키고, 치료자와 같이 상담 내와 실생활에서 연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관계 내에서 내가 원하는 바와 상대방이 원하는 바가 달라도 관계를 손상시키지 않고 자기 주장을 할 수 있는 방법들, 내가 마음이 너무 고통스러울 때 자해나 자살에 대한 협박보다는 스스로 기분을 끌어올리는 기술 같은 것을 배운다. 예전에 연인과의 이별을 견디지 못한 나의 내담자 같은 경우에는 계속 헤어진 상대방에게 술 마시고 전화하고, 떠나면 죽겠다고 자살을 협박하고, 일주일에 여러 번 혹시라도 볼 수 있을까 하여 밤늦게 남자 집 앞에 운전하며 지나갔다. 우리는 ‘고통 감내 기술’이라는 기술을 상담 내에서 열심히 집중해서 연습했다. 내담자는 견딜 수 없을 때에는 냉동실에서 얼음을 꺼내 손에 쥐며 감내를 해보기도 했고, 술을 마시고 싶을 때에는 산책을 가는 연습을 조금씩 해봤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헤어짐을 조금 더 잘 수용할 수 있게 곁에 있어 달라는 요청도 했다. 오래 걸렸지만 서서히, 본인도 스스로 고통은 참을 만하고, 고통은 인생의 어쩔 수 없는 한 부분이라 피해갈 수 없으며, 스스로 이겨낼 수 있는 기술을 습득하여 감내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별을 생각하기만 해도 가슴을 뜯고 싶었던 내담자가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최근 프로게이머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하게 되면서, 그들의 세계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리그 오브 레전드 이라고도 불리는 게임을 시작했다. 어린 시절 닌텐도 게임 콘솔에 쌓인 먼지를 후후 불어가며 슈퍼마리오 게임을 하던 게 전부였던 부실했던 나의 게임 이력은 롤 이라는 새로운 게임에서 다시 백 개도 넘는 캐릭터와 그 캐릭터의 기술, 지도, 팀워크, 방어 등 다양한 것들을 배워야 했다. 게임을 공부해서 한다고 생각하니 재미도 없었고, 40대의 손놀림은 당연히 초등학생들의 민첩성과 비교도 안 됐다. 게임 내에서 캐릭터가 자꾸 죽어 40대 애 둘 딸린 아줌마이자 교수가 초등학생에게 욕을 먹는 우스운 장면이 이어졌다. 그렇지만 우리 팀에 특별히 기여하지 못하고 마우스 다루는 실력이 영 시원치 않아 전투 장면에 가보지도 못하고 습지만 배회하면서도 나는 나의 게임 실력이 나의 성격이나 나라는 사람이 부족해서 못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냥 배운 적이 없었을 뿐이고, 연습하지 않아서이고, 시간을 투자하면 나아지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심리적 기술의 부족함을 이렇게 해석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특별히 사람과 관계 맺는 것이 서툴고, 다른 사람에게 내가 원하는 바를 주장하지 못하고 마음에 담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부족하다기보다는 누군가가 나에게 가르쳐주지 않았을 뿐이고, 내가 직접 해본 적이 없어 경험하지 않았으며, 시간과 연습을 통해 좋아질 수 있음을. 연애를 한 번도 안 해본 카사노바는 없지 않은가. 그것이 나라는 인간이 특별히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냥 습득하지 못한 또 하나의 기술이 없어서 그런 것이며, 완벽해지기 위해서는 그 과정이 필요하다고 상기시키면 어떨까.

 

 

출처 내 삶의 심리학 마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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