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함께한 지난 시간은 너무도 길고 지난했다. ‘코로나19’라는 신종 바이러스 감염증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병들게 했다. 몸의 병에 대한 예방과 치료도 중요하지만, 마음의 병에 대한 대비도 필요할 것이다. ‘코로나시대의 감정읽기’라는 테마로 불안, 우울, 분노에 대해서 차례차례 이야기 하고자 한다. 이번 달에 읽어 볼 감정은 ‘불안’이다.
➲ 심리학에서 불안이란?
미국의 심리학자 에크만은 얼굴 표정을 기준으로 인간의 기본 감정을 여섯 가지로 분류한다. 공포, 분노, 행복, 혐오, 슬픔, 놀람이 그것이다. 이 여섯 가지 감정 중에 ‘놀람’은 다소 논란이 있다. 감정이라고 하면 좋고 싫음이 분명해야 하는데 ‘놀람’은 좋지도, 싫지도 않은 중립적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놀람이 인간의 기본 정서인지 아닌지는 차치하고, 감정이면 당연히 ‘좋음’과 ‘싫음’으로 구분돼야 한다는 논리는 서양의 이분법적 사고가 반영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번에 우리가 살펴 볼 ‘불안’의 감정은 이 여섯 가지 기본 감정 중에 ‘공포’와 관계한다. 공포(恐怖)의 사전적 정의는 ‘두렵고 무서움’이다. 두렵고 무서움에는 당연히 대상이 있을 것이다. 공포와 불안은 위험에 대한 유사한 반응이지만, 그 대상에서 차이가 난다. 공포는 기본적으로 대상에 대한 경험, 학습이 그 원인이 된다. 나는 어렸을 때 선인장 가시가 손바닥 전체에 박혀버린 적이 있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선인장을 손으로 움켜진 것이다. 할아버지 댁 화분에 있던 작은 선인장이 그렇게 위험한 식물인지는 미처 알지 못했던 것이다. 그 뒤로는 선인장뿐만 아니라 강아지풀을 보고도 빙 둘러지나갔다. 선인장에 찔려 아프고 무서웠던 경험이, 나풀거리는 강아지풀까지도 가시로 보이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선인장 가시에 찔리는 아픈 경험으로 인해, 가시에 대한 공포심을 가지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다행이도 가시로 인한 공포심은 선인장이나 강아지풀이 눈앞에서 사라지면 함께 사라지게 된다.
불안(不安)은 이와는 조금 다르다. 불안은 ‘마음이 편하지 않은 감정’이다. 무언가 위험하다고 느끼지만 그 대상에 대해 분명히 알지 못한다. 그래서 그 불안의 원인을 정확히 제거하기도 어렵고, 때문에 계속 지속되는 경향이 있다. 심리학적으로 불안은 모호하거나 정확히 알지 못하는 위험에 대해 느끼는 무력감과 걱정을 동반한다. 이러한 불안 상태가 심해지면 불안장애, 공황장애 등의 질병으로 발전되어 일상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하게 된다.
우리가 코로나19의 발병과 함께 제일 먼저 느꼈던 감정이 바로 이 ‘불안’이다. 전 세계로 급속도로 번져나가던 코로나19는 신종 질환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정보가 매우 부족했다. 뉴스에는 그저 불안을 부추기는 전 세계 상황들만이 연일 보도되고 있었다. 또한 이런 혼란한 틈을 타고, 비과학적이고 정치적인 허위 정보들이 SNS 등으로 확대 재생산되었다. 코로나19의 발병원인, 감염경로, 치료법 등에 대한 부정확한 정보, 잘못된 생각들이 우리에게 감염에 대한 걱정과 무력감을 가중시켰다. 이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백신 접종에서도 유사하게 이어지고 있다. 백신의 부작용에 관한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은 우리에게 접종에 대한 불안감을 야기한다. 대상에 대한 무지, 대상에 대한 잘못된 생각들이 불안의 원인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즉 불안이라는 마음의 작용은 인지적 측면에서 접근해야 하는 것이다. 사실 이것은 다음에 이야기 될 ‘우울’ 역시 마찬가지이다. 심리학의 분야인 인지치료, 인지행동치료에서도 우울의 원인으로 ‘잘못된 생각’을 제시한다.
코로나19 역시 마찬가지이다. 코로나19에 대한 잘못된 정보들, 그로 인한 잘못된 생각들이 코로나19 상황에 대한 걱정과 불안을 야기했던 것이다. 우리는 지난 일 년이 훌쩍 넘는 기간 동안 대상에 대해 바로 알고 바르게 대처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배웠다. 코로나19 발병 초반 각종 집단 감염들은 바로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제 우리는 코로나19를 예방하는 방법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학교도 식당들도 문화체육시설들도 그리고 종교시설까지도 모두 최소한으로 운영되어 왔다. 각자의 일상은 소중하지만, 우리 모두를 위해서 거리두기를 하고, 마스크를 잘 쓰고, 손을 잘 씻는 등의 방역 수칙들을 철저히 지키고 있는 것이다.
➲ 불안을 조절하는 방법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문득 문득 두렵다. 이 상황이 혹시나 계속되지는 않을지, 백신은 부작용이 없을지 불안해지곤 한다. 우리가 이러한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먼저, 앞서 언급했듯이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그 대상에 대해 바로 아는 것이 중요하다. 같은 맥락에서 나의 불안에 대해 파악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내가 불안해하는 것의 실체가 무엇인지, 나의 불안감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잘 파악하여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의 생각이 사실과 비교하여 다른 것은 없는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은 없는지 바로 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나의 불안의 원인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바로 나이다. 나를 잘 살펴보는 것이 필요한 때이다.
두 번째, 나를 불안하게 하는 불확실한 정보에서 나를 분리시킨다. 요즘 인터넷이나 SNS에서는 검증되지 않은 부정확한 정보들이 많이 떠돈다. 이러한 정보들은 우리를 더 불안하게 만들 뿐이다. 시끄러운 세상에서 의도적으로 멀어지는 것도 중요한 방법 중에 하나이다.
세 번째, 나의 감정에 관심을 기울인다. 우리는 불안한 생각들이 일어나면 나도 모르게 회피하기 쉽다. 나의 감정을 외면하고 모른 척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나의 불안에 직면하여 불안을 바라보아야 한다. 그리고 이것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어 볼 것을 권한다. 혼자만 고민하는 것보다 나의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털어놓는다면, 불안에 대해 좀 더 세심히 바라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원인을 파악하는 것도 더 쉬워질 것이다.
네 번째, 규칙적으로 운동을 한다. 운동은 스트레스를 완화해주는 세로토닌을 분비시킨다. 세로토닌은 우울이나 불안을 완화시키는 ‘행복 호르몬’이다. 우리 불자들은 ‘절 수행’을 할 수도 있다. 절 수행은 좁은 공간에서도 방석 하나만 있으면 손쉽게 할 수 있다. 또한 절 수행에 대한 다양한 효과들이 많이 보고되고 있다.
다섯 번째, 호흡명상을 한다. 호흡명상은 긴장된 몸과 마음을 이완시켜준다. 허리를 펴고 조용한 자리에 앉아 해도 되지만, 불안이 밀려오는 때는 언제 어디서든 할 수 있다. 코끝에 의식을 집중하여 들어오고 나가는 호흡을 그저 바라본다. 호흡과 함께 수를 세는 수식관(數息觀)을 해도 좋다. 다만, 처음에는 이완을 위하여 들숨보다는 날숨을 좀 더 길게 하는 심호흡을 하고 호흡명상을 시작하는 것도 방법이 된다.
출처 : 불교신문(http://www.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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