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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3-17 21:02

나는 왜 힘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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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를 보내기가 참 버겁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사는 건 왜 이렇게 힘들까? 그래, 산다는 건 원래 힘든 거지’ 하고 체념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문득 ‘그런데 왜 이렇게 힘든 걸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되었다. 

 


오늘 무슨 안 좋은 일이 있었나? 정말 나쁜 일, 그러니까 나의 행복과 건강에 해가 될 만큼 영향력이 큰 사건이 있었나? 감정에는 다 나름의 목적들이 있다. 두려움과 불안의 경우 내게 닥칠 수도 있는 위험을 감지하기 위해 존재하고, 슬픔의 경우 소중한 무언가를 잃어가고 있음을 알리기 위해 존재한다. 그런데 내게 지금 그런 감정을 느낄 만한 진짜 이유가 존재하나?

필자의 삶이 이렇게나 힘든 이유에 대해 몇 가지 질문을 던져봤더니, 금세 사실 그럴 이유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물론 기분 나쁘고 스트레스 받을 만한 일들은 크고 작게 계속 생긴다. 예컨대 누군가에게 한 소리 듣거나, 일은 잔뜩 쌓여 있고 시간은 없는데 그 와중에 열심히 준비해온 중요한 회의를 망친다거나. 하지만 차가운 머리로 따져보니 나의 불안과 걱정에 부합할 만큼 중대한 일은 별로 떠오르지 않았다.

어째선지 필자는 필요 이상으로 호들갑을 떨고 있었다. 한 명에게 안 좋은 소리를 들었을 뿐인데, 또 그게 내 탓이 아닐 수도 있는데 마치 온 세상 사람들이 나를 미워하는 것처럼 슬퍼한다. 친구나 동료가 성과가 좋지 않았다고 해서 ‘네 인생은 이제 끝이구나’라고 반응하지 않으면서, 나아가 누구나 할 수 있는 실수니까 다음에 더 잘하면 된다고 격려까지 하면서, 정작 자신에게는 크게 실망한다. 적당히 1절까지만 하면 될 것을 이유 없이 지나친 감정 소모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상황이 나쁘다고 해도,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고 이에 대비하면 그만이다. 예컨대 다람쥐가 수중의 도토리가 부족하다고 느끼면 그저 깜짝 놀라고는 도토리를 더 주우러 갈 것이다. ‘도토리가 부족해서 너무 우울해… 다람쥐의 삶은 왜 이렇게 고달프지?’ 하고 시름시름 앓아눕는 다람쥐는 없을 것이다. 즐거운 하루를 보내다가 갑자기 ‘혹시 내일 산불이 나서 도토리가 전부 사라지면 어떡하지?’ 걱정하며 바들바들 떠느라 도통 도토리 줍는 일이 손에 안 잡히는 다람쥐도 없을 것이다. 이미 지나간 과거, 예컨대 수년 전에 도토리 목표량을 채우지 못했던 일을 떠올리며 스스로에게 실망하는 다람쥐도 없을 것이다. 끙끙 앓는 데 모든 에너지를 다 쓸 필요 없이 문제 상황을 인식한 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행동에 나서면 되기 때문이다. 이때 필요한 적응적인 반응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도록 정신이 바짝 들게 해주는 정도의 감정이지 과장된 좌절감은 아니다. 그렇다면 대체 왜 우리는 실제보다 더 삶을 힘들게 느끼는 걸까?

미국 듀크대의 마크 리어리 교수는 저서 《나는 왜 내가 힘들까 (원제: 자아의 저주)》에서 인간만의 독특한 자랑거리로 여겨지는 자아와 우리의 자아성찰능력이 그 원흉이라고 보았다.

리어리는 상당한 불행이 과한 자기인식, 즉 우리가 자기 자신에 대해 습관적으로 골몰하는 탓에 발생한다고 보았다. 실제 고난이 닥쳐와도 주어진 고난만큼만 힘들어하면 되는데 항상 우리는 생각을 통해 여분의 인위적인 고통을 추가하고 만다. “그런데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생기는 거지? 곰곰히 생각해보니까 나만 겪는 것 같아서 너무 억울해. 생각할수록 내 인생은 별로인 것 같아” 등의 생각을 이어가다가 결국 살기 싫다는 생각들을 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 우리가 최종적으로 경험하는 삶이란 실제 발생한 사건과 이에 대한 우리의 해석이어서, 생각과 평가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우리 삶은 반드시 (시름시름 앓는 다람쥐처럼) 생각의 길이만큼 괴로워지고 만다.

리어리에 의하면 이렇게 생각이 많아질수록 괴로워지는, 즉 자아가 일하게 둘수록 더 문제가 늘어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자아가 나와 내 주변의 상태가 어떠한지(부족하거나 잘못된, 앞으로 잘못 될 수 있는 부분들은 없는지)평가해서 삶의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특화된 정신 장치이기 때문이다.

물론 자아가 적당히 일해서 실재하는 문제들만 척척 해결해준다면 이상적일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많은 자아들이 주인을 닮아서 일중독이다. 문제를 열심히 수집하다가 지금 딱히 문제가 없다면 과거와 미래를 오가거나 상상력을 발휘해서 ‘없는 문제’까지 수집해온다. 그래서 분명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갑자기 후회에 잠기거나(과거의 문제) 불안에 떠는(미래의 문제)는 일이 밥먹듯 생긴다. 정신을 꽉 붙들고 있지 않으면 우리 자아는 순식간에 다른 시공간에 속하는 문제를 지금 고민해야 할 문제라며 내 앞에 데려다놓다. 일어나지 않은 일을 진짜 일어난 것처럼 시뮬레이션 하는 능력도 뛰어나서 계속 생각하다보면 이게 있었던 일인지 아닌지 헷갈리기 시작하고 어느새 삶의 문제 리스트에 새로운 항목이 생기는 식이다.

이 때문에 적어도 필요 이상으로 불행한 삶을 살지 않으려면 자아가 선을 넘지 않게끔 꽉 붙들어맬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어디서 무엇을 하든, 내 자아가 내 안에서 화수분같이 문제를 만들고 또 만들어서 나의 내면으로부터 내 삶을 지옥으로 만들고 말 것이다.

자아가 삶을 지옥으로 만드는 방법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도 있다. 리어리에 의하면 “자신의 입장 또는 관점에서만 상황을 판단하는 자기중심적 경향(egocentric), 자신을 남들보다 높이려고 하는 자기고양적 경향(egotistic), 자신의 안위와 이익만 생각하는 자기본위적 경향(egoistic) 같은 자아의 기본 작동 원리들 또한 많은 개인적, 사회적 문제의 원흉이다. 내가 그렇게 생각하니까 다른 사람들도 다 그렇게 생각할 거라고 여기거나, 자신은 보통 사람들 또는 적어도 특정 종류의 사람들보다는 더 우월하고 따라서 더 좋은 대접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나만 잘 살면 된다고 보는 만능 이기주의 등이 얼마나 많은 크고 작은 문제들을 야기하는지 생각해보자. 인간 자아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는 것은 모두의 생존에 있어 필수적이다.

내 자아가 나와 우리 사회의 가장 큰 적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은 개인적으로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얻은 것 중 가장 값지게 여겨지는 지식이다. 한 가지 희망적인 소식이 있으니, 저자에 따르면 만약 우리 삶의 가장 큰 고통들이 자아로부터 온다면 스스로에게 이 사실을 가르치는 것만으로도 저주의 상당 부분을 해결할 수 있다. 아는 것이 곧 해결의 시작이므로 우리는 적어도 지금 출발선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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