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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28 10:08

생각 감추기

흐르는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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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를 하다 보면 또렷하게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이들도 있지만 생각을 분명하게 드러내지 않는 학생들도 많다. 이들은 흔히 ‘~인 것 같아요’라는 식으로 말하면서 자신의 속내를 완전히 드러내지 않고 유보한다. 아니면 그냥 웃음으로 대신하며 넘어가려고 한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상사가 직원들에게 의견을 물으면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말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대부분은 돌려서 말하거나 주변의 말을 전달하는 것처럼 하면서 우회적으로 답을 한다. ‘~문제에 대해서는 여기저기서 여러 이야기들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라고 하면서 자신의 의견이나 생각들은 그 말의 행간에 슬쩍슬쩍 끼워 넣어 말한다.

이런 말들이 습관처럼 무분별하게 사용되면서 요즘에는 자신의 기분이나 감정마저 남의 이야기 하듯 말하는 어이없는 상황마저 생겨나기도 한다. 기분이 어떠냐는 물음에 ‘기분이 좋은 것 같아요’라고 하거나 음식 맛이 어떤지에 대해서도 ‘맛이 있는 것 같아요’라고 남 말처럼 한다.

각자 느끼는 기분이나 맛은 자신만이 알 수 있는 것이고 또한 본인만이 정확히 답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런데도 그것마저 정확히 말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것은 과연 누가 바로 말할 수 있다는 건가?

물론 각자의 생각이나 뜻을 있는 대로 드러내지 않고 우회적으로 돌려서 말하는 것을 상대방에 대한 겸양이나 미덕으로 간주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보면 그것은 겸양이나 공손함이 아니라 오히려 주변에 대한 끊임없는 눈치 보기며 자신감 없는 대표적인 화법의 하나다.

이러한 표현방식은 또한 하는 말마다 말끝을 흐리게 하는 직접적인 원인이 되기도 한다. 말은 생각이나 판단의 표현이자 결과이기 때문에 생각을 분명하게 드러내지 못하게 되면 결국 자신도 모르게 말끝이 흐려질 수밖에 없다. ‘~했는데-’, ‘~했습니다만-’ 하는 식으로 어느 순간부터 서술어가 점점 사라지면서 말끝이 기어들어가고 흐려진다.

말끝을 분명하게 하지 못하면 확신이 없다는 인상을 주게 된다. 의사전달에 실패할 우려뿐만 아니라 말의 격조마저 떨어트리게 된다. 기본적으로 말의 힘은 문장을 끝까지 분명하게 발음하는 데서부터 나온다.

따라서 말은 짧든 길든 뜻이 분명해야 하고 말끝이 또렷해야 한다. 끝을 분명하게 해야 힘이 있고 신뢰감이 생겨난다. “과장님, 사흘간 휴가 다녀오겠습니다” “부장님, 오전 내로 결재해주십시오”라는 식으로 끝을 명료하게 말하는 사람은 이미지도 더 분명해지고 똑 부러진다. 이런 말 습관을 지닌 사람은 결코 무시당할 수도 없고 얕보여지지도 않는다.

생각이나 느낌들을 있는 대로 표현하지 않고 숨기거나 우회하려는 이러한 화법이 왜 이처럼 남발되는 것일까? 그것은 결국 불확실성의 확대와 군중 속에서 개인의 격리 두려움 때문이라 할 수 있겠다. 즉, 자신의 생각이나 말이 상대나 주변인들과 큰 차이가 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같은 것이다. 또한, 자신이 바로 속내를 드러낼 경우 주변으로부터 외면을 당하거나 소외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나 걱정에서 비롯될 수도 있다.

결국 이러한 의식들이 만연하면서 의사전달이나 소통은 장애를 받게 되고 동시에 불확실성은 점점 더 가중된다. 어떤 것도 분명하지 않고 심지어 옳고 그른지도 잘 분간할 수 없는 애매모호함과 불신만 더해진다.

말이 곧 그 사람이라고 하지 않던가. 사람은 말하는 대로 모습이 세워지고 이미지가 그려진다. 결국 화법이나 말 문화에 따라 개인도 달라지고 사회도 변화한다. 애매모호함만 키우는 눈치보기식 자신감 없는 화법은 이제 거둘 때다. 언제까지 ‘~인 것 같아요’라고 말할 것인가.

출처 : 경북일보 - 굿데이 굿뉴스(http://www.kyongbu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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