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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15 11:33

낙엽은 세찬 바람을 탓하지 않는다

흐르는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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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은 세찬 바람을 탓하지 않는다

 

잎의 치장을 벗어던진 산이 어즈버 외로워 보이는 때입니다. 푸름으로 무성하였던 여름의 산이었습니다. 낙엽을 떨구자 푸른 잎에 덮여 좀 채 내보이지 않던 속살을 다 내보이고 있는 산입니다.

 

삶은 그렇게 진솔하여야 한다는 것을 웅변하는 듯합니다. 우거짐 아래 숨어 있었던 바위들이었습니다. 묵직한 산을 닮은 바위도 잎을 거둔 나무 덕에 그 본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마치 할 일을 다 마친 듯 푸름과 결별하고서 겨울맞이를 하고 있는 산입니다. 곧 잠에 빠질 것입니다.

 

 

눈보라가 치고 세찬 바람이 깨운다고 하여 일어날 리가 만무합니다. 그대로의 산인 데에도 겨울 산이 멀어 보이는 이유입니다. 이제 햇볕 쬐기에 바쁠 것입니다. 산의 겨울나기인 것입니다. 뒹구는 낙엽에서 분주했던 푸른 잎의 시간을 떠올립니다. 나무들은 푸른 잎을 다 떨구고서 휑한 공허를 만들고 있습니다.

 

소란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마음이 조용하여집니다. 고요 속에 있는 것보다 소란 속으로 빠져드는 데 더 익숙한 현대인입니다. 소란으로부터 소외되는 것이 두려운 일상이 되었습니다. 잎을 다 떨구고서 나목이 되어 버린 나무입니다. 밤사이에 내린 이슬의 무게가 너무 무거운 것이었나 봅니다. 나목은 차가운 이슬을 원망하지 않습니다. 연약한 새싹을 내밀었던 때의 순간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혹한의 겨울을 뚫고서 내민 새싹으로 희망을 일으켰던 때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느새 길바닥에는 지천으로 낙엽이 뒹굴고 있습니다. 밤의 적막을 소리 내어 깨우면서 불어간 바람이 너무 세찼던 것인가 봅니다. 낙엽은 세찬 바람을 탓하지도 않습니다. 흩날리면서 뒹구는 것일지라도 낙엽이 되어서야 잊고 있었던 봄의 시간을 되돌아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낙엽이 뒹구는 아침은 황량합니다. 때맞게 당도한 차가운 날씨가 일조를 합니다. 길가를 메운 낙엽은 바람이 몰아가는 대로 휩쓸려 갑니다. 정처가 정하여져 있는 것도 아닙니다. 바람결에 휩쓸려 여정을 떠나는 것입니다.

 

운동성에 편승하여 짧은 순간의 자유를 누리는 것입니다. 여름 잎사귀들의 푸른 호위를 받았던 도시의 건물들도 황량함 앞에 휑하니 서 있습니다. 아침이면 도시의 건물들은 종종걸음으로 몰려드는 사람들로 북적이게 됩니다. 수직하는 업적만이 능사인 도시의 일상입니다. 불현듯 가난하였던 지난 시절이 떠오릅니다. 가난하여 가진 것이 없었을지라도, 그 무엇이라도 이웃과 아낌없이 나누던 시절이었습니다. 오로지 서로서로 도우려는 선한 마음이 앞서 있었기 때문입니다. 가난하여 찌든 생활이었지만, 그 누구를 탓하지도 않았습니다. 가까운 시일 내에 더 나은 미래가 올 것이라는 희망이 있어 잠시만 참으면 되기에 그런 것도 아니었습니다. 이웃이고 같이 살아가는 이유만으로도 그랬던 것입니다. 우리는 역사 이래로 최고의 경제성장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보다 더 번성한 때가 또 올까 싶은 물질의 풍요 속에 살고 있습니다. 응당 삶의 품격과 덕성도 그에 걸맞게 따라가야 하는 것입니다. 시대를 역행이라도 하듯 그렇게 격을 높이 지는 않고서 그 어떤 것도 남의 탓으로 돌리는 세상이 되고 있는 듯합니다. 세찬 바람조차도 탓하지 않는 낙엽에서 배워야 하는 인간입니다.

 

물질의 풍요는 인간의 미덕인 절제를 빼앗아 간 듯합니다. 절제는 작은 이룸조차도 큰 만족으로 만들게 합니다. 남을 탓하는 데에 익숙하여지고 남을 탓할 일이 많아지게 되면 개인도 공동체도 더는 성장할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떨구는 데에 망설임이 없는 낙엽의 엄격성을 봅니다. 타인에게 너그럽고 자신에게 엄격할 때에 더불어 사는 세상은 더욱 밝아지게 되는 것입니다. 날이 차가워져 비출 곳이 더 많아진 햇살처럼 풍요일 때에 더 많이 주변과 이웃을 살펴야 하는 것입니다.

 

(출처경북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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