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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19 22:14

깊게 흔들리기

흐르는강물
조회 수 29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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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게 흔들리기

초설(初雪)이 날렸다. 아주 잠깐, 망설인 듯 내렸다. 가까스로 몇 점 느리게 흩날리다 말았다. 그리고 마침내 결심한 듯 쏟아지는 폭설은 내리지 않았다. 해 오름 달의 풍경이 텅 빈 여운으로 채워져 볼 것이 많지 않다. 눈이 비고 마음이 빈다. 그 빈 곳에 찬바람 드니 심상(心象)이 가뭇없이 흔들린다. 하얗게 덮여 잊힐 것도, 다시 새겨야 할 것도, 위무(慰撫)받고 싶은 것도 많아 구원의 색인 흰 눈을 기다린다.

우리는 종종 어떤 곳에서, 어떤 일 앞에서 갈등하며 흔들린다. 내적 견고함을 갖추지 못하면 감정이 격해져 눈물까지 흘린다. 저마다의 성향, 자라온 환경, 지식수준이 다르기에 각자의 입장과 얼마나 깊이 들여다보느냐에 따라 다른 층과 겹을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실행에 앞서 사유에 비례하는 흔들림이 필요한지도 모른다. 깊음은 물이나 산 같은 데만 있는 건 아니다. 오래 마음 나누고 함께 걸어가는 이들에게도 있다. 그 깊음을 우리가 공유할 때 일상을 견디는 힘은 배가 된다.

야누스의 두 얼굴을 가진 해 오름 달이다. 창밖에 새 한 마리가 벼 그루터기에 쌓이는 햇살을 쪼고 있다. 당신을 보호하는 방법은 이것밖에 없다는 듯, 거리 두기를 한 채 혼자다. 우듬지의 허공을 맴돌다 한 걸음일까. 외로움을, 낯섦을 견디려는 짧은 꽁지가 바람에 애처롭게 나부낀다. 그러나 숱한 삶이 질척거릴지라도 다시 쪼리라는 옹골찬 결연함처럼 보인다.

우리의 삶 또한 연속적인 흔들림 안에 내가 있고 세상이 있다. 그러나 진짜 바라보고 반추해야 할 세상의 목전은 이곳, 바로 이 순간이다. 뿌리를 키우던 언 땅에서 묵직한 외침이 들린다. 냉소나 자조가 아닌 긍정과 동반으로 가는 길에 쉽게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시간과 노력이 제법 든 깊음으로 각자의 마음을 보듬고 깊게 흔들려야 된다고.

출처 : 경북일보 - 굿데이 굿뉴스(http://www.kyongbu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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