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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3-07 17:00

‘오징어 게임’의 사회학

흐르는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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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의 사회학

전세계서 인기 돌풍 ‘한류 콘텐츠’ 그 안엔 우리 사회 민낯 고스란히

화제였던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새해초 몰아서 봤다. 오랜만에 ‘깐부’ ‘딱지’ ‘뽑기’ 같은 단어들을 접하며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모두가 가난하던 시절, 동네에서 친구들과 해 질 녁까지 놀다 저마다 어머니 부름에 저녁밥을 먹으러 달려가곤 했다. 나라에서 근대화와 경제발전을 부르짖던 시기였다.

한국 옛날 놀이를 소재로 한 드라마가 21세기도 20년이나 지난 시점에 국내외에서 큰 인기를 끄는 것이 신기하다. <오징어 게임>은 무려 세계 94개국에서 시청률 1위를 기록했고, 1억명 이상이 봤다고 한다. 제79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3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고, 노인 오일남 연기를 맛깔나게 해낸 배우 오영수씨가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국내외 언론들은 케이(K)-드라마와 한국 문화산업 우수성에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작품 재미와는 별개로 <오징어 게임> 메시지는 매우 무겁다. 드라마는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진 사회 낙오자 456명이 죽음을 담보로 상금 456억원을 얻기 위한 게임을 벌이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게임 참여자들은 현실 속 치열한 경쟁에서 패배하고 막다른 골목에 내몰린 사람들이다.

게임에서 끝까지 살아남은 주인공 성기훈(이정재 분)은 자동차회사에 다니다 해고되고, 자영업을 하다 실패하면서 사채로 고통받는 이혼남이다. 그밖에 탄탄대로를 달리다 주식 투자에 실패한 뒤 경찰에 쫓기는 회사원, 북한에 있는 어머니를 모셔 오기 위해 목돈이 필요한 탈북자, 월급을 제대로 받지 못한 외국인 노동자 등 현실에서는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등장인물들이 일확천금을 노리고 게임에 참여한다. 승자독식 게임에서 1등을 제외한 탈락자는 곧 죽음을 맞게 된다. 너무도 잔인한 게임은 사실 한국사회 현실을 모사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딱지치기를 하고 달고나를 먹던 시절은 먼 과거가 됐다. 그사이 우리는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뤘고 제조업뿐 아니라 문화산업 역시 크게 발전했다. 한류 유행은 세계에서 한국 이미지와 위상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한류 열풍에 도취하기만 해서는 안될 것 같다. 한국 문화 ‘상품’ 경쟁력은 매우 높지만 그 기반이 되는 한국 사회와 문화는 여전히 큰 그늘을 가지고 있다.

한류에 대한 관심 덕분에 국내 대학에 진학한 외국 학생들이 막상 한국에서 살며 실망하는 모습을 종종 본다. 그 이유는 다양하다. 일상에서 경험하는 인종차별과 성 불평등, 권위주의 문화, 경쟁만 강조하는 학교생활이 많이 언급된다. 어두운 우리 모습은 외부인들에게 더 잘 보이는 모양이다.

외국에서 높이 평가받은 한류 콘텐츠에는 우리 사회 문제를 드러낸 것이 많다. 영화 <기생충>은 한국사회에서 나타나는 심각한 계층 불평등을 적나라하게 다뤘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신자유주의 경쟁 체제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절박한 한국인들의 모습을 보여줬다. K-팝 대표주자인 방탄소년단(BTS)이 2015년 발표한 ‘뱁새’라는 노래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난 뱁새다리 넌 황새다리, 걔넨 말하지 내 다린 백만불짜리, 내 게 짧은데 어찌 같은 종목 하니, (중략) 내 탓이라니 너 농담이지, 공평하다니, 이게 정의라니.” 한국사회 현실 속에서 상처 받고 분노하는 젊은이 목소리가 들린다.

한국은 세계 10대 경제 대국으로 도약했다. 하지만 과연 외형적 경제 성장만큼 우리 내실은 충분히 건강한가를 묻게 된다. <오징어 게임> 마지막 회, 성기훈은 임종 직전 오일남과 내기에서 노숙자를 구해주는 ‘사람의 선함’을 믿고 승리한다. 그는 “나는 (게임판의) 말이 아니야. 사람이야”라고 외친다. 중요한 건 사람이고 믿음이라고 말하고 싶다. 김철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

출처 농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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