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조어는 오래 살아남을 때도 있지만 대부분 시간이 흐르면 잊혀진다. ‘가성비’처럼 기발한 것도 있고 ‘맘충’처럼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도 있다. 단순히 신기하고 재미있게 여길 일만은 아니다. 신조어에는 “그 단어들을 탄생하게 한 사람들의 마음과, 그 단어들이 사람들의 마음에 남긴 흔적”이 있기 때문이다.
서평가인 저자가 신조어에 담긴 사회의 욕망을 읽어낸다. “버티는 정신”을 뜻하는 ‘존버’는 암호화폐나 주식의 하락장을 맞은 투자자들 사이에서 자주 사용된다. 언제 오를지 알 수 없지만 일단 버티면 언젠가는 큰돈을 벌 수 있다는 마음이 이 신조어에 담겼다. 즉 “합리적인 판단이라기보다는 믿음에 더 가까운, 차라리 주문과도 같은 말”이다. 부나 귀중품을 과시하는 행위를 뜻하는 ‘플렉스’는 과거 쓰이던 ‘간지’ ‘스웨그’를 차츰 대체했다. 간지가 명품뿐 아니라 개성 있는 구제 제품으로도 이룰 수 있는 것이었다면 스웨그는 금목걸이 등 비싼 물건의 뒷받침을 받아야 했다. 플렉스는 비싼 옷을 넘어, 비싼 옷을 망설이지 않고 사는 행위 자체를 일컫는다. 과거에는 플렉스하는 사람이 천박하다는 비난을 받았지만, 이제는 선망의 대상이다.
콜린 윌슨이 <아웃사이더>를 발표했을 때, 이는 젊음, 반항, 개성, 방랑, 일탈의 뉘앙스를 풍기는 말이었다. 반면 아웃사이더의 줄임말인 ‘아싸’에는 이 같은 의미가 없다. “아웃사이더가 평균 이상이거나 평균 미만의 조금은 ‘특별한’ 존재를 말한다면, 아싸는 무리와 어울리지 못하는 ‘평범한’ 사람”이다. ‘다른 삶이 가능하다는 믿음’이 존재하던 시절의 말인 아웃사이더는 이렇게 ‘아싸’로 축소됐다.
출처 경향신문(책과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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