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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16 14:40

부럽지가 않어

흐르는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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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의 바퀴는 부끄러움이고, 자본주의의 동력은 부러움이었다." 소설가 박민규는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에서 경제학자에 버금가는 통찰을 보여줬다. 자본주의라는 무한 동력 엔진을 돌리는 힘은 사람들이 모두 부끄러움에서 벗어나고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 위한 경쟁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싶어하는 욕망이 때로는 '사랑'으로 포장되기도 한다.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는 장관 후보자들의 삶을 봐도 그렇다. 자기 자식들을 무리해가면서까지 의대에 진학시킨 것도, 고등학생 자녀 혼자서는 도저히 해낼 수 없는 대단한 스펙을 만들어준 것도 '자식에 대한 사랑'이라고 말하고 싶겠지만 이런 일의 본질은 자기 자신이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들 스스로가 평생 다른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대상이었으니 그들은 부러움을 대물림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특권을 활용하고 반칙도 서슴지 않는다. 여기에는 좌도 우도 없고, 보수와 진보의 경계도 없다.

이들 기득권의 성채는 성문 밖 사람들의 부러움으로 유지된다. 소스타인 베블런은 '유한계급론'에서 사람들의 '부러움'이 '사회적 안정'의 기제로 작동한다고 지적한다. 유한계급의 특권은 '능력주의'의 상징이 되고 대중은 특권계급처럼 되고 싶기 때문에 그들이 만들어낸 질서 안에서 무한 경쟁하게 되는 것이다.

가수 장기하는 이 무한 경쟁의 열차에서 내리는 법을 노래한다. 부러워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야, 너네 자랑하고 싶은 거 있으면 얼마든지 해. 난 괜찮어. 왜냐면 나는 부럽지가 않어. 한 개도 부럽지가 않어." 전혀 부럽지가 않으니 얼마든지 자랑해 보라는 사람 앞에서는 자랑할 맛 자체가 사라져 버리게 된다.

하지만 '부러움'을 없애는 것은 부처님의 해탈만큼 어렵다. 그래서 우리 같은 소시민들은 쉽게 얻을 수 있는 '부러움'을 쫓는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맛있는 음식과 멋진 몸매와 지적 허세가 넘치는 이유다. 나도 그렇다. 

 


[김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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