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
- 이정록
병원에 갈 채비를 하며
어머니께서
한 소식 던지신다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꽃도 열매도, 그게 다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여
주말엔
아버지 산소 좀 다녀와라
그래도 큰애 네가
아버지한테는 좋은 의자 아녔냐
이따가 침 맞고 와서는
참외밭에 지푸라기로 깔고
호박에 똬리도 받쳐야겠다
그것들도 식군데 의자를 내줘야지
싸우지 말고 살아라
결혼하고 애 낳고 사는 게 별거냐
그늘 좋고 풍경 좋은 데다가
의자 몇 개 내놓는 거여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인다는 시 속 어머니의 마음처럼
우리는 무언가 당면하고 겪었을 때 예전과는 다르게 보이는 지점을 경험하게 됩니다.
저는 이 시를 읽고 의자가 다시 보였습니다.
아버지에게 의자가 되어주던 큰아들, 참외를 받치는 지푸라기 의자..
우리는 과연 누구의 의자일까요, 우리 자신이 필요한 의자는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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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XYZ, 세종대왕,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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