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의 이유
조병화
깊이 사귀지 마세
작별이 잦은 우리들의 세상
가벼운 정도로 사귀세
악수가 서로 짐이 되면
작별을 하세
어려운 말로 이야기 하지
않기로 하세
너 만이라든지, 우리들 만이라든지
이것은 비밀이라든지, 같은 말들은
하지 않기로 하세
내가 너를 생각하는 깊이를
보일 수가 없기 때문에
내가 나를 생각하는 깊이를
보일 수가 없기 때문에
내가 어디 메쯤 간다는 것을
보일 수가 없기 때문에
작별이 올 때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 사귀세
작별을 하며, 작별을 하며 사세
작별이 오면
잊어버릴 수 있을 정도로
악수를 하세.
시인에겐 편운(片雲) 조병화 시인의 시 중 좋아해서 손꼽는 애송시가 한 수 있다. ‘공존(共存)의 이유(理由)’ 가 그것이다. 그렇다. 악수가 아무리 돈 안 드는 일이라지만 그렇게 함부로 속없는 내색할 필요도 없으리라. 이별해야 할 때가 오면 잊어버릴 수 있을 정도로 악수를 할 일이다. 마음 악수 없는 손 악수, 그건 남자들의 순수한 거짓말이다. 악수는 남자들의 거짓말이다.
출처 중앙일보(임창현의 시가있는 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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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XYZ, 세종대왕,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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