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에 가난 속에 이골 난 삶이었네
입버릇 푸념처럼 구름 타고 갔었지만
어머니 이름만 들어도 온 심신이 뜨겁다.
매년 5월 5일,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열광했던 어린이날이 지나면 세계는 바야흐로 성스러운 모드로 급변한다. 신나게 뛰놀던 이마의 땀이 채 식기도 전에,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학교와 거리에 흘러나온 ‘어머니 마음’과 ‘어머니 은혜’ 두 노래는 마치 그레고리오 성가(Gregorian chant)로서 다가온 추억이 있다.
어버이날의 상징물은 카네이션으로 대표된다. 카네이션 전통은 미국에서 1907년 안나 자비스(Anna Jarvis)가 생전 어머니의 순순한 사랑을 기억하기 위해 흰 카네이션을 가슴에 달면서 시작되었다. 가족 공동체의 위기에서 기꺼이 희생을 선택했다. ‘이골 난’ 가난의 재앙을 극복하기 위한 파르마코스(Pharmakos·고대 그리스에서 재앙이 덮쳤을 때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 처형했던 인간 제물)의 화신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자신’을 무화시킴으로써 ‘공동체’를 지켜낸 소박한 종교가 어머니이다. 전지전능한 신이라 하더라도 세상 모든 곳에 있을 수 없기에, 어머니를 창조했다는 유대인 속담이 가리키듯이 자신의 이름조차 폐기하고 살아야 했던 어머니는 신의 대리자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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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XYZ, 세종대왕,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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