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길
변홍철
꽃잎이 하얗게 떨어진다
대출이자 독촉처럼
검은 나무 뒤로
눈부신 그림자 하나 숨는다
오랫동안 같이 가고 있다
하루하루 살아갈 이유를 찾는 것이
버티는 길이라고
이파리 같은 새말 하나 틔우는 것이
또 사는 길이라고
막 피는 꽃도 있고 막 지는 꽃도 있는 때이다. 그러나 피는 꽃이 낙화의 길을 가게 되는 것은 변함이 없는 궤적이다. 시인은 흰 꽃잎이 지는 것을 가만히 바라본다. 꽃잎은 서둘러서 지는 것처럼 보인다. 무언가에 재촉당하는 듯이. 떨어지는 꽃잎은 그림자를 거닐고 나무 뒤편으로 날아가는데, 꽃잎의 흰 빛과 꽃잎이 떨어지면서 만드는 그 그늘의 검은 빛이 함께 있다. 시인은 낙화를 보면서, 혹은 흰 빛과 검은 빛을 동시에 보면서 삶에 대해 관조한다. 삶은 견디는 것이되 동시에 삶은 이처럼 낙화의 때를 지나 새말 같은 이파리를 틔우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출처 : 불교신문(http://www.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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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XYZ, 세종대왕,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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