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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18 18:59

눈을 보고 말해요

라벤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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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보고 말해요

                                      - 박준

 

휴대전화를 손거울만큼

조그맣게 만드는 시대라

 

수화 구멍을 귀에 대면 송화 구멍은 볼 정도에

얼굴이 좀 크다 싶은 사람은 광대뼈에 겨우 걸쳐진다

 

옆에서 그 모습을 보면

마치 허공에 대고 떠드는 것 같아서

 

우리는

허공에 짜장면 하나 볶음밥 둘을 시키고

허공에 종각역 1번 출구에서 만나자 약속하고

허공에 사랑한다 속삭인다

 

그렇게 말하는 우리라서

불어 터진 짜장면이 오고

약속이 어긋나고

사랑이 쉬 깨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 우표값의 현시세를 모르고 살아가는  나날들입니다

지난 날을 돌이켜 보면 독일로 유학간 친구와 편지 한 통을 주고받는데 걸렸던 시간은 한 달여였고,

여행지에서 엽서를 써서 지인들에게 보내노라면 그 엽서가 보낸 사람보다 늦게 도착하는 수가 허다했습니다.

스마트한 기기로 실시간을 달리는 요즘, 문득 문득 지난 시절의 그 느린 속도가 그리울 때가 있습니다.

손가락에 꼬박꼬박 힘 주어 쓰던 마음, 간절히 가 닿기를 바라는 마음, 답이 오길 기다리는 마음..

그 뜸들이던 시간들 속에 마음이 더 깃들었던 시간들인 것 같습니다.

카톡문자 하나로  이별을  통보하는 시대라고 하는데요

너무 빠르고 너무 즉흥적인 속사포의 전송에 미처 따라오지 못하는 마음이 어딘가에서 누적된 채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눈을 보고 말하는' 대면윤리가 필요한 시간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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