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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30 21:16

골목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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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안

                    - 조은

 

실종된 아들의 시신을 한강에서 찾아냈다는

어머니가 가져다준

김치와 가지무침으로 밥을 먹는다

내 친구는 불행한 사람이 만든 반찬으로는

밥을 먹지 않겠단다

 

나는 자식이 없어서

어머니의 마음을 다 헤아리지 못한다

더구나 자식을 잃어보지 않아서

그 아픔의 근처에도 가볼 수가 없다

 

웃을 줄 모르는 그녀의 가족들이

날마다 깜깜한 그림자를 끌고

우리집 앞을 지나간다

그들은 골목 막다른 곳에 산다

 

나는 대문을 잘 열어두기 때문에

그녀는 가끔 우리집에 와 울다가 간다

오늘처럼 친구가 와 있을 때도 있지만

얼마 전 가족을 둘이나 잃은 독신인 친구에게도

아들을 잃은 어머니의 슬픔은

멀고 낯설어 보인다

 

고통에 몸을 담고

가쁜 숨을 쉬며 살아온 줄 알았던 나의

솜털 하나 건드리자 않고 소멸한

슬픔은 또 얼마나 많았을까

 

*먼나라 헝가리에서 날아온 비보에 망연했던 하루였습니다.

물에 빠졌다는, 익사나 침몰의 소식을 접할 때면 세월호가 떠올라 여전히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그런데 지난달 세월호를 다룬 '생일'이라는 영화를 보면서 다시금 생각해 보았었네요

그동안의 내 슬픔과 애도가 저 유족들이 안은 슬픔의 1프로는 되었을까..

'나의 솜털 하나 건드리지 않고 소멸한 슬픔'이란 싯구가 슬픔에 제대로 가 닿지 못하는 우리의 가난한 마음에

부끄러움을 안기는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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