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밭 가에서
- 김수영
기운을 주라 더 기운을 주라
강바람은 소리도 고웁다
기운을 주라 더 기운을 주라
달리아가 움직이지 않게
기운을 주라 더 기운을 주라
무성하는 채소밭 가에서
기운을 주라 더 기운을 주라
돌아오는 채소밭 가에서
기운을 주라 더 기운을 주라
바람이 너를 마시기 전에
*악기 레슨을 받으러 다니는 아이를 태워주느라 일주일에 두번, 같은 장소를 같은 시간대에 지나곤 합니다.
그 지나는 길 오른편 산자락 밑으로 그 동네 사람들이 일구는 텃밭이 비교적 넓게 펼쳐져 있습니다.
3월에 밭갈이를 하더니 4월에 모종 심는 모습들을 목격했고 5월엔 푸성귀들을 볼 수 있었지요.
딸아이와 저는 매주 두 번 그 푸성귀들의 성장과 안녕이 궁금하여 10분씩 일찍 가서 텃밭을 기웃거리고
매번 그 초록의 열림에 탄성을 지르곤 했습니다. 손으로도 쓸어보고 풀내음도 맡다보면 한 줌 뜯어 먹고 싶은 욕심이 절로 이는 초록세상입니다.
오늘 같이 비오는 날은 그 채소들이 생각납니다. 비야,기운을 주라 기운을 주라 그 여린 초록들을 응원하다 보면
그 응원이 어느 순간 나 자신에게로 돌아온답니다.
김수영의 시, '기운을 주라 기운을 주라' 한 번 소리내 읽어보시겠어요?
마치 주술처럼 읽는 마음 속에 기운이 생기는 순간을 맞이할 거에요.
힘이 빠지고 세상에 치일 때, 어떤 주문들을 되뇌이는지요? 그 주술 같은 주문 하나를 비밀 병기처럼 가지고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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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XYZ, 세종대왕,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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