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
- 도종환
햇볕 한 줌 앞에서도
물 한 방울 앞에서도
솔직하게 살자
꼭 한 번씩 찾아오는
어둠 속에서도 진흙 속에서도
제대로 살자
수천 번 수만 번 맹세 따위
다 버리고 단 한 발짝을
사는 것처럼 살자
창호지 흔드는 바람 앞에서
은사시 때리는 눈보라 앞에서
오늘 하루를 사무치게 살자
돌멩이 하나 앞에서도
모래 한 알 앞에서도.
*한해가 시작되고 벌써 절반이 지나가려고 합니다.
작고하신 박완서 선생님은 살아 생전 '70여년의 인생도 돌아보니 반나절 영화보듯 짧게 돌아봐진다' 라고 하셨지만
박완서 선생님이야말로 팔순 무렵까지 끝끝내 현역작가로 치열한 하루 하루를 살다 가셨지요.
도종환의 시를 읽다보면, 자신 안의 두터운 가면을 벗고 담백하게 사는 자의 진솔한 가벼움이 느껴집니다.
가면을 쓸 에너지를 한 발짝 생을 디디는데 오롯이 쓸 수 있어 삶 그 자체에 집중할 수 있고 그만큼 삶은 가벼워질 것 같습니다.
오늘 남은 하루도 '단 한 발짝 사는 것처럼' 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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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XYZ, 세종대왕,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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