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의 강1
- 마종기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물길이 튼다.
한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
기뻐서 출렁거리면 그 물살은 밝게 빛나서
친구의 웃음 소리가 강물의 끝에서도 들린다
처음 열린 물길은 짧고 어색해서
서로 물을 보내고 자주 섞여야겠지만
한세상 유장한 정성의 물길이 흔할 수야 없겠지
긴말 전하지 않아도 미리 물살로 알아듣고
몇 해쯤 만나지 못해도 밤잠이 어렵지 않은 강.
아무려면 큰 강이 아무 의미도 없이 흐르고 있으랴.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느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쉽고 가벼울 수 있으랴.
큰 강의 시작과 끝은 어차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물길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과 친하고 싶다.
내 혼이 잠잘 때 그대가 나를 지켜보아주고
그대를 생각할 때면 언제나 싱싱한 강물이 보이는
시원하고 고운 사람을 친하고 싶다.
*유럽의 한 도시에서 한 달을 살고 돌아온 친구는 나라 밖을 나가보니 우리가 살고 있는 나라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흘러가고 있는지 실감이 났다고 합니다.
인터넷이 자유자재로 되지 않아 기다려야 하고 찾아가야 하는 시간들을 보내면서 친구는
너무 빠르게 달렸던 자신의 시간을 돌아보았다고 하네요
마음만 먹으면 휴대폰을 잡은 손가락으로 각종 포털을 검색하고 무수한 세상사람들과 관계망을 만들 수 있는 지금,
마종기 시인이 들려주는 만남과 관계에 대해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됩니다.
시간과 마음을 충분히 들이고 공을 들여 살려가는 만남. 그 아날로그적인 진정성이 그리워지는 가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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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XYZ, 세종대왕,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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