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청(傾聽)
정현종
불행의 대부분은
경청할 줄 몰라서 그렇게 되는 듯.
비극의 대부분은
경청하지 않아서 그렇게 되는 듯.
아, 오늘처럼
경청이 필요한 때는 없는 듯.
대통령이든 신(神)이든
어른이든 애이든
아저씨든 아줌마든
무슨 소리이든지 간에
내 안팎의 소리를 경청할 줄 알면
세상이 조금은 좋아질 듯.
모든 귀가 막혀 있어
우리의 행성은 캄캄하고
기가 막혀
죽어가고 있는 듯.
그게 무슨 소리이든지 간에,
제 이를 닦는 소리라고 하더라도,
그걸 경청할 때
지평선과 우주를 관통하는
한 고요 속에
세계는 행여나
한 송이 꽃 필 듯.
- 2004년 제12회 공초문학상 수상작
현대는 온갖 말과 정보의 홍수 속에 있다. 통째로 먹혀들지 않으니 자꾸만 귀는 먹먹해져간다.
그렇게 귀가 멀다보니 자기주장과 주의만 있고 남의 소리는 귀를 기울일 수가 없다.
세상의 모든 걸 다 들어야 경청을 잘하는 건 물론 아니다. 분별력을 갖추지 못할 때 이들은 단지 소음에 지나지 않는다.
그 분별력은 내면의 소리를 경청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자기 안의 탐욕 때문에 수많은 비판과 경고가 귀에 들리지 않을 수도 있다.
만약 지옥이 있다면 남의 말은 아랑곳없이 제 말만 고래고래 소리치는 사람들로 가득 찬 모습일 것이다
(출처 시하늘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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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XYZ, 세종대왕,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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