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빈다
나태주
어딘가 내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꽃처럼 웃고 있는
너 한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 번 눈부신 아침이 되고
어딘가 네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풀잎처럼 숨 쉬고 있는
나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 번 고요한 저녁이 온다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참으로 아름답고 속 깊은 사랑시 입니다. 시인은 이 가을에 "꽃처럼 웃고 있는" 그 사람을 생각합니다. 그 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는 까닭에
'보이지 않는 꽃' 이지만, 그는 온 세상을 다시 한 번 '눈 부신 아침'으로 빛나게 하는 '한 사람' 입니다.
'풀잎처럼 숨쉬고 있는' 나 나 역시 그가 모르는 곳에 있으므로 '보이지 않는 풀잎' 이지만, 세상을 '다시 한번 '고요한 저녁'으로
완성하는 '그 한사람' 입니다.
꽃과 풀잎의 시간을 지나 열매와 낙엽의 시간이 오기까지 한 번도 만나지 못해 더욱 애틋한 마음이 '부디 아프지마라' 라는 기도로 하나되는
순간 이별도, 그리움도, 삶의 잔 뿌리도 모두 하나가 되어 서로 부둥켜 않는 풍경, 그속에서 새로운 사랑의 꽃과 풀잎이 싹을 밀어 올리는
소리도 들리는 듯 합니다.
출처 한국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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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XYZ, 세종대왕,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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