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넘치다
_ 이재무
어릴 적 시골집에는
흘러넘치는 것들 천지였습니다
뒤꼍에는 고요가 고여
흘러넘치고 앞마당엔 햇살이 쌓여
흘러넘치고 뜰팡 어머니가 벗어놓은
고무신엔 밤새 뒷산에서
울던 새소리 한가득 차서 흘러넘치고
마루에는 달빛이
윤슬처럼 반짝반짝 흐르고
부엌엔 한낮에도 졸졸졸
어둠의 물이 새고
우리마다에 가축들 울음이 질펀하고
시도 때도 없이
할머니 엄니 구시렁대는 잔소리가
귀에 따갑고
살구나무 감나무 밤나무
대추나무 밑 둘레엔
가지와 줄기와 이파리에서
흘러내린 그늘이 넘실거렸죠.
이렇듯 알뜰, 살뜰하게
흘러넘치는 시골집은
이제 내 마음에 들어앉아
떠올리고 호명할 때마다
그리운 것들을 내게
흘려보내고 있습니다.
*곧 봄꽃들이 흘러넘치며 지천으로 피어날 것입니다.
절제나 쿨함의 저쪽 편에 있는 이 말 '흘러넘치다', 들을수록
정감이 뚝뚝 흐릅니다.
시 속 화자가 그려낸 정경처럼, 유년의 기억 속에는 흘러넘치는 것들이 많았네요.
가파르게 살아가느라 그것들을 추억의 힘으로 불러오기를 게을리 하지는 않았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이 봄날, 흘러넘칠 무엇 하나 가질 수 있길 바래요. - 라벤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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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XYZ, 세종대왕,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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