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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2-08 19:02

넌 나처럼 살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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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나처럼 살지 마라

                             박 노 해

아버지,
술 한잔 걸치신 날이면
넌 나처럼 살지 마라

어머니,
파스 냄새 물씬한 귀갓길에
넌 나처럼 살지 마라

이 악물고 공부해라
좋은 사무실 취직해라
악착같이 돈 벌어라

악하지도 못한 당신께서
악도 남지 않은 휘청이는 몸으로
넌 나처럼 살지 마라 울먹이는 밤

내 가슴에 슬픔이 칼이 돋아날 때
나도 이렇게는 살고 싶지 않아요
스무 살이 되어서도
내가 뭘 하고 싶은지도 모르겠고
꿈을 찾는 게 꿈이어서 억울하고

어머니, 당신의 소망은 이미 죽었어요
아버지, 이젠 대학 나와도 내 손으로
당신의 꿈꾸는 밥을 벌 수도 없어요

넌 나처럼 살지 마라, 그래요,
난 절대로 당신처럼 살지는 않을 거예요
자식이 부모조차 존경할 수 없는 세상을
제 새끼에게 나처럼 살지 말라고 말하는 세상을
난 결코 살아남지 않을 거예요

아버지, 당신은 나의 하늘이었어요
당신이 하루아침에 벼랑 끝에서 떠밀려
어린 내 가슴 바닥에 떨어지던 날
어머니, 내가 딛고 선 발밑도 무너져 버렸어요
그날, 내 가슴엔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공포가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상처가 새겨지고 말았어요

세상은 그 누구도 믿을 수 없고
그 어디에도 기댈 곳도 없고
돈 없으면 죽는구나
그날 이후 삶이 두려워졌어요

넌 나처럼 살지 마라
알아요, 난 죽어도 당신처럼 살지는 않을 거예요
제 자식 앞에 스스로 자신을 죽이고
정직하게 땀 흘려온 삶을 내팽겨쳐야 하는
이런 세상을 살지 않을 거예요
나는 차라리 죽어 버리거나
죽여 버리겠어요
돈에 미친 세상을, 돈이면 다인 세상을

아버지, 어머니,
돈이 없어도 당신은 여전히 나의 하늘입니다
당신이 잘못 산 게 아니잖아요
못 배웠어도, 힘이 없어도,
당신은 영원히 나의 하늘입니다

어머니, 아버지,
다시 한번 예전처럼 말해주세요
나는 없이 살아도 그렇게 살지 않았다고
나는 대학 안 나와도 그런 짓 하지 않았다고
어떤 경우에도 아닌 건 아니다
가슴 펴고 살아가라고

다시 한번 예전처럼 말해주세요
누가 뭐라해도 너답게 살아가라고
너를 망치는 것들과 당당하게 싸워가라고
너는 엄마처럼 아빠처럼 부끄럽지 않게 살으라고
다시 한번 하늘처럼 말해주세요

출처 박노해  시집 <그러니 그대사라지지마라> 중에서​


명절이 다가옵니다. 부모님이 늘 하시던 말씀이 이 맘때쯤 유독 생각이 납니다.

"야 이놈아 괜찮타"

"다 지나간다"

이제는 더 이상 꾸중하실 부모님이 계시지 않다는 허전함이  가슴을 쓸고 지나 갑니다.

아직 부모님과의 시간이 남은 모든 분들 그 시간을  잘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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