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잘 있습니다
이병률
세상의 모든 식당의 젓가락은
한 식당에 모여서도
원래의 짝을 잃고 쓰여지는 법이어서
저 식탁에 뭉쳐 있다가
이 식탁에서 흩어지기도 한다
오랜 시간 지나 닳고 닳아
누구의 짝인지도 잃은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살다가도
무심코 누군가 통해서 두 개를 집어 드는 순간
서로 힘줄이 맞닿으면서 안다
아, 우리가 그 반이로구나
요즘처럼 편한 식당에서 편하게 밥 먹었던 그 시절이 그리운 때
시인의 일상이었던 시기에 대한 잔잔한 통찰이 더욱 그 때를 그립게 합니다
서로 아무 생각 안하고 얼굴보고 맛있는 식당에서 밥 먹던 그 시절 편안하고 평범하던 그 때를 기다립니다.
출처 바다는 잘 있습니다. (문학과 지성사), 201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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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XYZ, 세종대왕,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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