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망록
문 정 희
남을 사랑하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남보다 나를 더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가난한 식사 앞에서
기도를 하고
밤이면 고요히
일기를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구겨진 속옷을 내보이듯
매양 허물만 내보이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사랑하는 사람아
너는 내 가슴에 아직도
눈에 익은 별처럼 박혀있고
나는 박힌 별이 돌처럼 아파서
이렇게 한 생애를 허둥거린다
세상의 아름다운 것과 경건한 것은 통하기 마련입니다. 모든 길이 하나로 엮어지듯, 비망록에 적고 싶은 잠언이 잠들었던 우리를 깨웁니다.
가난한 식사를 감사하며 지금까지 얻어 쓴 것들, 천 가지 만 가지 넘침을 바라보게 합니다. 드높고 맑은 별을 바라보며, 사랑하는 사람을 간직하는 시간은 아름답습니다. 기도처럼 찰나를 영원으로 인도하는 순간들이 일기가 되고, 사랑의 염원이 되고 하늘의 곳간을 채우는 소망이 될 때, 아픈 마음들은 세상의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사랑이 됩니다.
시인의 비망록에 적힌 잠언처럼 나를 허물고 몸속의 신선한 혈액을 공급하는 순수의 시간으로 몰입해 봅니다.
출처 : 서귀포신문(http://www.seogwip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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