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의료원 6인실 302호에 산소마스크를 쓰고 암투병 중인

그녀가 누워있다

바닥에 바짝 엎드린 가재미처럼 그녀가 누워 있다

나는 그녀의 옆에 나란히 한 마리 가재미로 눕는다

가재미가 가재미에게 눈길을 건네자 그녀가 울컥 눈물을 쏟아낸다

한쪽 눈이 다른 한쪽 눈으로 옳겨 붙은 야윈 그녀가 운다

그녀는 죽음만을 보고 있고 나는 그녀가 살아 온 파랑 같은

날들을 보고 있다

좌우를 흔들며 살던 그녀의 물속 삶을 나는 떠올린다

그녀의 오솔길이며 그 길에 돋아나던 대낮의 뻐꾸기 소리며

가늘은 국수를 삶던 저녁이며 흙담조차 없었던 그녀 누대의

가계를 떠올린다

두 다리는 서서히 멀어져 가랑이지고

폭설을 견디지 못하는 나뭇가지처럼 등뼈가 구부정해지던

그 겨울 어느 날을 생각한다

그녀의 숨소리가 느릅나무 껍질처럼 점점 거칠어진다

나는 그녀가 죽음 바깥의 세상을 이제 볼 수 없다는 것을 안다

한쪽 눈이 다른 쪽 눈으로 캄캄하게 쏠려버렸다는 것을 안다

나는 다만 좌우를 흔들며 헤엄쳐 가 그녀의 물속에 눕는다

산소호흡기로 들이마신 물을 마른 내 몸 위에 그녀가 가만히

적셔준다.

*얼마전 문태준 시인이 이 소도시를 다녀가면서 읽어주고 간 시입니다.

 이미 수번을 읽었던 시인데도 시인이 시를 읽어줄 동안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흘렀습니다.

 '죽음 바깥의 세상을 이제 볼 수 없는' 병상의 누군가를 떠나 보낸 이후라 더 그랬나 봅니다

아픈 자의 곁에 모로 누워 아픈 자의 아프지 않았던 시간을 떠올려 보는 싯구들은

또다시 아픔을 자아냅니다.

'그녀의 오솔길이며 그 길에 돋아나던 대낮의 뻐꾸기 소리며'..

떠난 저의 어머니에게도 저 오솔길을 동행하던 뻐꾸기 소리가 있었을 텐데..

어머니 살아 생전 저는 어머니에게서 그 소녀를 소환해내지 못했습니다.

마냥 비빌 언덕이던 '엄마'로만 어머니를 소환했었습니다.- (라벤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