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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7-02 14:43

아버지의 구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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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구두

 

                               김  완 하


아버지 돌아가시자

누님이 유품 모아 불태워 버렸지만

내 구두인줄 알고 놔둔

고흐의 구두 같은 흙 묻은 구두

 

논두렁 밭두렁

질척거리는 길 걸었을

내 마음보다 한 치수 품이 넓은 구두

닦아도 쉽게 빛이 나지 않는데

 

아버지의 지문처럼 뒷굽 닳은 구두를 신고

내 길을 가면

아버지의 등을 밟은 것 같아

꺾어 신지 못하고

함부로 돌멩이 차지 못해

조심스럽게 길 건너갈 것 같은 구두

 

철모르는 아들 안 잊혀

이승에 남아 함께 길을 걷는

낡은 아버지의 구두.

 

 

 

우리 무엇보다 신발에 대한 깨달음이 있어야겠다. 모자보다 낮고 또 더 높은 구두의 사상. 그러므로 사상은 먼저 바닥에서부터 출발하는 것. 사상은 깊은 바닥에서 비롯해야 사상누각이 되지 않는다. 우리는 현실을 외면한 사상이 누각이 되는 것을 너무 많이 보아왔다. 실천이 없는 이론이란 공중누각일 뿐. 순간에 거품처럼 사라지는 것을 목도했다. 그러고 보면 우리 모두는 매일 아버지의 살과 피를 입고 아버지 구두를 신고 걷는 것. 우리가 하루 일을 마치고 지친 몸으로도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는 것도 바로 아버지 구두가 우리를 깊은 생의 안쪽으로 이끌어주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떠나시고 구두만 남았다. 이 영화의 제목은 한 켤레 구두로 남은 아버지다. 그러나 구두 한 켤레는 어쩌면 아버지의 모든 것이라 말할 수 있다. 그것은 아버지의 생을 온전히 실어 나르던 바로 그 구두가 아니던가. 이제 아버지의 낡은 구두는 이승에 남아 시인을 품고 다닌다. 아버지의 구두는 시인으로 하여 더 올바른 길을 걷게 밝혀주고 있다. 아버지는 아들과 함께 길을 걷고 있는 것. 아버지의 구두는 언제나 내 마음보다 한 치수 품이 넓었다. 그러기에 아버지 구두는 아버지와 내 삶을 하나로 이어주는 것이다. 김완하 시인·한남대 국어국문창작학과 교수
[출처: 저작권자ⓒ대전일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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