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역
김일우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열차는 지나쳐도
입가에 머문 햇살 차마 못 떨치고
기다림
하늘에 깔고
봄을 안아 누운 철길
만남과 이별이 교차하는 간이역은 역장이 있는 곳도 있고 없는 곳도 있지요. 한산한 역사를 메마른 해바라기나 코스모스가 대신 지키고 있는 곳도 있습니다. 봄을 싣고 금방 달려 올 것 같은 열차는 무심히 지나가는데 올 듯 말 듯한 봄을 하염없이 기다립니다. 시인의 봄은 간이역에서 시작됩니다. 기다림의 사유가 시의 에너지로 넘치며 기쁜 소식도 새봄과 함께 쉬지 않고 철길을 달려 올 것입니다. (최옥자 시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