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가 짙은들
나 태주
안개가 짙은들 산까지 지울 수야
어둠이 깊은들 오는 아침까지 막을 수야
안개와 어둠 속을 꿰뚫는 물소리, 새소리,
비바람 설친들 피는 꽃까지 막을 수야.
<마음시감상>
봄비가 내린다. 마치 미궁 같은. 그 봄비 아래로 동백꽃이 떨어진다. 뚝뚝 붉은 피멍울 같은 꽃이 떨어진다. 길을 걷다 담벼락 밑을 붉게 물들인 그것들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무엇이든 관심을 가지고 깊이 들여다보면 소중한 존재가 되고 그 진면목을 알게 되는 것 같다.
한동안 어떤 것이 진실한 모습인지 잘 몰라 혼란스러웠던 적이 있었다. 진실을 알고 싶었던 때가 있었다. 사람들 가슴 곳곳마다 깊이 숨어있는 정체를 알아야한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알아낸 뒤끝은 항상 절망과 허무 그 자체였다.
아무리 ‘안개가 짙은들’ ‘어둠이 깊은들’ ‘비바람 설친들’ 멀쩡한 산을 지울 수 없듯이 오는 아침을 막을 수 없듯이 안개와 어둠속을 꿰뚫는 물소리, 새소리를 안 들을 수 없듯이 또한 피는 꽃까지 막을 수야 없지 않겠는가.
애벌레가 끝이라고 생각할 때 나비는 시작으로 날아오르듯이, 진실과 순수는 삶 어디에고 꼭 있기 마련일 것이다.<시인 문상금>
출처 : 서귀포신문(http://www.seogwip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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