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 조은
내 삶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깨닫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 땐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있었다는 기억 때문에
슬퍼질 것이다
수많은 시간을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며
꽃들이 햇살을 어떻게 받는지
꽃들이 어둠을 어떻게 익히는지
외면한 채 한 곳을 바라보며
고작 버스나 기다렸다는 기억에
목이 멜 것이다
때론 화를 내며 때론 화도 내지 못하며
무엇인가를 한없이 가디렸다는 기억 때문에
목이 멜 것이다
내가 정말 기다린 것들은
너무 늦게 오거나 아예 오지 않아
그 존재마저 잊히는 날들이 많았음을
깨닫는 순간이 올 것이다
기다렸던 것이 왔을 때는
상한 마음을 되감느라
몇 번이나 그냥 보내면서
삶의 웅덩이물처럼 말라버렸다는
기억 때문에 언젠가는
*미세먼지로 인해 '삼한사미'라는 신조어가 생겼습니다.
그래도 봄은 어김없이 왔고 꽃들은 피어나느라 사방천지 야단입니다.
누군가의 텃밭,겨우내 몇 번은 얼어 시들고 말라버린 파줄기에서도 새잎이 돋고
성마른 개나리 먼저 다녀간 자리로 초록 새잎들이 잔디떼처럼 입혀지는 나날입니다.
이 순간의 화엄을 두고 우리의 시선은 너무 딴곳으로 가 있는 것은 아닐까요?
하염없이 기다리고 기다리는 버스는 내가 꼭 타야하는 버스인지 돌아보게 됩니다
오지 않을 시간을 기다리느라 지금 이 순간을 마음껏 살고 있지 않은 것은 아닌지요?
'고작 버스나 기다렸다는 기억 때문에 목이 멜 것이다'라는 싯구절이 오늘, 지금을 살게 합니다.-(라벤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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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XYZ, 세종대왕,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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