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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3-25 13:03

언젠가는

라벤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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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 조은

 

내 삶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깨닫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 땐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있었다는 기억 때문에

슬퍼질 것이다

 

수많은 시간을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며

꽃들이 햇살을 어떻게 받는지

꽃들이 어둠을 어떻게 익히는지

외면한 채 한 곳을 바라보며

고작 버스나 기다렸다는 기억에

목이 멜 것이다

 

때론 화를 내며 때론 화도 내지 못하며

무엇인가를 한없이 가디렸다는 기억 때문에

목이 멜 것이다

 

내가 정말 기다린 것들은

너무 늦게 오거나 아예 오지 않아

그 존재마저 잊히는 날들이 많았음을

깨닫는 순간이 올 것이다

기다렸던 것이 왔을 때는

상한 마음을 되감느라

몇 번이나 그냥 보내면서

삶의 웅덩이물처럼 말라버렸다는

기억 때문에 언젠가는

 

*미세먼지로 인해 '삼한사미'라는 신조어가 생겼습니다.

그래도 봄은 어김없이 왔고 꽃들은 피어나느라 사방천지 야단입니다.

누군가의 텃밭,겨우내 몇 번은 얼어 시들고 말라버린 파줄기에서도 새잎이 돋고

성마른 개나리 먼저 다녀간 자리로 초록 새잎들이 잔디떼처럼 입혀지는 나날입니다.

이 순간의 화엄을 두고 우리의 시선은 너무 딴곳으로 가 있는 것은 아닐까요?

하염없이 기다리고 기다리는 버스는 내가 꼭 타야하는 버스인지 돌아보게 됩니다

오지 않을 시간을 기다리느라 지금 이 순간을 마음껏 살고 있지 않은 것은 아닌지요?

'고작 버스나 기다렸다는 기억 때문에 목이 멜 것이다'라는 싯구절이 오늘, 지금을 살게 합니다.-(라벤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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