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는
강인호
물소리 맑아지는 가을에는
달빛이 깊어지는 가을에는
하늘이 높아지는 가을에는
쑥부쟁이 꽃피는 가을에는
어인 일인지 부끄러워진다
딱히 죄지은 것도 없는데
아무런 이유 없이 가을에게
자꾸만 내가 부끄러워진다
가을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간사한 게 사람마음이라고, 찜통더위에 헉헉대던 여름은 기억에 아련합니다. 낙엽 우수수 떨어지는 가을엔 ‘고독한 남자’들이 우두두 몸부림칩니다. 과학자들은 일조량과 성호르몬의 작용 때문이라는데, 쉬 울가망해지고 쉬 무력해집니다. 뚝뚝 떨어지는 낙엽에도 가슴 베이곤 합니다.
이 가을, 시인이 느낀 부끄럼이 따뜻합니다. 쑥부쟁이 설화를 떠올리고 더 부끄러워했다면, 따뜻함이 부럽기까지 합니다. 때론 부끄러워하고, 가끔씩은 고독을 즐기고, 심지어 어떨 때엔 눈물 흘리는 것이 정신건강에는 좋다고 합니다, 정신의학자들에 따르면.
감정에 솔직해지면 마음 건강에 좋습니다. 깊어가는 가을, 우울과 부끄럼도 즐길 수 있는 솔직함, 그 위에 ‘감사하는 마음’이 떨어지는 가을꽃잎처럼 포개질 수 있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錦上添花)일 텐데…. 이 가을, 여러분의 마음은 어떤가요?
출처 코메디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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