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가
문병란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는 헤엄을 치고
눈보라 속에서도
매화는 꽃망울을 튼다
절망 속에서도
삶의 끈기는 희망을 찾고
사막의 고통 속에서도
인간은 오아시스의 그늘을 찾는다.
눈 덮인 겨울의 밭고랑에서도
보리는 뿌리를 뻗고
마늘은 빙점에서도
그 매운맛 향기를 지닌다.
절망은 희망의 어머니
고통은 행복의 스승
시련 없이 성취는 오지 않고
단련 없이 명검은 날이 서지 않는다.
꿈꾸는 자여, 어둠 속에서
멀리 반짝이는 별빛을 따라
긴 고행길 멈추지 말라
인생항로
파도는 높고
폭풍우 몰아쳐 배는 흔들려도
한 고비 지나면
구름 뒤 태양은 다시 뜨고
고요한 뱃길 순항의 내일이 꼭 찾아온다.
문병란 시인의 ‘희망가’는 그림에서 수혈한 긍정적인 기운을 한층 북돋아준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활동한 박찬호 선수가 애송시로 꼽은 작품이다. 그는 한 문예지와의 인터뷰에서 이적과 부상, 부진 등으로 힘든 시간을 보낼 때마다 시에서 위안과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폭풍우 몰아쳐 배는 흔들려도 한 고비 지나면 구름 뒤 태양은 다시 뜨고’ ‘시련 없이 성취는 오지 않고 단련 없이 명검은 날이 서지 않는다’는 구절을 되새기면서.
개인도, 공동체도 고비가 있다. 한 고비 넘어서면 다른 고비가 기다렸다는 듯 교대로 모습을 드러낸다. 생각 없이 무작정 앞으로만 달려가다 언젠가 겸허하게 무릎을 꿇어야 하는 순간이 오는 것이다. 그럴 때 좌절과 포기라는 달콤한 유혹이 손길을 내민다. 하지만 그 순간이 희망의 등불을 켤 때다. 새벽을 맞으려면 어두운 밤에 출발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사실을 우리는 안다.
미래를 겁내기보다 하루를 잘 견디고 그저 오늘 하루에 온전히 집중하여 살겠다는 마음가짐, 우리에게도 필요한 용기다. “그게 삶이던가. 그럼 좋다. 다시 한 번!”(니체)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
출처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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