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고재종
흔들리는 나뭇가지에 꽃 한번 피우려고
눈은 얼마나 많은 도전을 멈추지 않았으랴
싸그락 싸그락 두드려 보았겠지
난분분 난분분 춤추었겠지
미끄러지고 미끄러지길 수백 번
바람 한 자락 불면 휙 날아갈 사랑을 위하여
햇솜 같은 마음을 다 퍼부어 준 다음에야
마침내 피어낸 저 황홀 보아라
봄이면 가지는 그 한번 덴 자리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상처를 터뜨린다
(2004作 '쪽빛 문장' 中)
<감상>
말과 말들 사이에 기억들이 가슴을 저미어 온다
상대를 향해 한없이 퍼붓는 눈발의 순수,
자신의 삶마저 태우는 여과 없는 열정,
1~3연은 그러한 눈꽃의 서투르지만
그것이야말로 말그대로 사랑인 첫사랑에 대해 노래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연이 노래하고 있는 건
눈꽃의 사랑에 대한 가지의 뒤늦은 알아차림
그 뼈아픈 깨달음,
상처
나도 몰랐던 나의 첫사랑
이제는 다시 다가설 수 없이 멀어진 그 사람,
그날의 기억
또다른 겨울 눈발이 되어
한 잎,
그리고 또 한 잎
이곳에 흩날리는 그 첫사랑
시를 읽는 내내 <러브레터>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출처 (블로그 아름다운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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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XYZ, 세종대왕,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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