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말잔치이다. 철이 되면 말의 공해 속에 견디기 쉽지 않다. <천수경>에서도 거짓말, 꾸밈말, 이간질 하는 말, 악한 말을 하지 말라고 적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악한 것을 찾아보라, 세상에서 가장 선한 것을 찾아보라”고 하였다. 깊이 새겨볼 일이다. 답은“혀”이다. 말조심하라고 정중히 가르치고 있다. 독하고 심한 말투에 하는 사람은 물론, 듣는 사람마저도 명치끝이 에이고 뼈가 상하고 골수가 마른다. 사이비 언론인, 사기꾼 같은 지식인, 인기인(?)의 몰지각한 말, 패널들의 수준낮은 말들이 사라지면 정토가 될 것 같다
활력미와 세련이 넘치는 유머감각과 상대방에게 따스하고 편안하게 말을 하는 능력은 내면의 성정을 다스리는 학습을 병행해야 한다. 하고 싶은 말을 짧게 하는 것보다, 참는 것이 좋을 때가 한두 번 아니다. 말과 말 사이에는 침묵의 시간이 있다. 그 시간만이 진정한 말의 자리이다. 이 시절에 부처님께서 나투신다면 무슨 말씀을 하실까! 꽃 한 송이 들었다 놓았다 웃고 계신다면 그 말씀을 받아 적고 알아차림 할 수 있는 이가 얼마나 될까! 붓다께서는 끝내 “다시 설(說)할 것은 아니고 한 말씀도 하지 않았다”고 하셨다.
문자에 집착하지 말고 마음으로 체득하여 내면의 깊은 자리에서 나오는 상념을 여물게 다져야 한다. 가끔 좌복에 아프게 앉아있으면 이 생각, 저 생각이 안과 밖 틈새에서 새어나온다. 실체가 없는 망상 덩어리가 수미산보다 높다. 최고 수승한 가르침의 단계는 선생이 한 자(字)도, 한 말씀도 가르쳐주지 않아도 빛나는 이심전심이다.
선가에서 “원앙새 수놓는 것은 남에게 보여줄 수는 있어도 바늘은 전할 수 없다” 하셨다. 말로서 전할 수 없는 그 자리에 심오한 가르침이 있다. 부처님의 한 말씀마다 물이 고여 꽃이 피고 열매 맺혀 2500여년 지났건만 생생한 말씀은 녹슬지 않았다. 붓다의 말씀은 꽃이 되고 열매가 되고 향기가 되고 법이 되었다. 가엾이 여기는 마음은 뿌리가 되고, 상냥한 말씨는 줄기가 되고, 참는 마음 넝쿨가지가 되고, 보시는 주렁주렁 열매가 된다.
참된 설법은 설함이 없고 드러내지도 않는다. 전한 바 없는 전함을 받아 쥐고 마음으로 주고받는다. 큰 소리는 희미하고 큰 골짜기는 그저 멍멍할 뿐이다. 예술에는 말이 필요 없다. 작품이 전부이고 본래자기이며 자기고백이다. 말없는 말로 말을 나누는 아름다운 영적 신묘한 자리이며 수행에서 얻어낸 득력의 묘심(妙心) 일 뿐이다.
출처 : 불교신문(http://www.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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