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를 이기는 자가 승자다
세상의 변화만큼 사람 보는 기준도 변하고 있다. 특히, 사람의 말(言)이 그렇다. 지금까지는 말 잘하는 사람이 돋보였다면 이제는 자신의 말과 혀를 철저히 관리하는 사람이 훨씬 더 우선으로 꼽힌다.
정치인은 물론 사회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 실언 한마디로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추락하는 것이 요즘 세상이다. 실언이나 망언 한두 마디 때문에 창창한 앞날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리기도 한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는 속담이 이제는 실제 상황이다. 누군가 뱉은 말은 언제 어디서든 다른 누군가에게 들리고 남게 된다고 보면 된다. 온갖 미디어와 귀가 말을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지금은 전 국민들이 녹음기를 들고 있고 24시간 모든 장면들을 촬영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핸드폰이 없는 사람이 없고 녹음이나 촬영 장치들은 손가락 하나로 바로 작동된다. 이뿐만 아니라 거리나 골목, 건물 안팎, 실내, 복도 등 어디든 카메라가 없는 곳이 없다.
예전에는 실언을 했다 하더라도 누가 그것을 듣고 옮기는 것이 쉽지 않아 대충 어물쩍 넘어갈 수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결코 용납되지 않는다. 잘못된 말이나 실수는 토씨 하나도 빼놓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옮겨지고 나아가 두고두고 파일이나 기록으로까지도 남겨진다.
그래서 ‘혀는 몸을 베는 칼이요 도끼’라고 한 말이 요즘처럼 실감 날 때도 없다. 혀는 천 냥 빚을 갚게 하는 힘을 발휘할 수도 있지만 잘못 쓰면 목숨마저 앗아가는 독이 되기도 한다. 실언이나 망언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기도 하고 결국 만악의 근원이 되기도 한다.
말로 인한 위험은 비단 유명인이나 특별한 사람에게만 국한하지 않는다. 온갖 미디어와 SNS 등이 넘쳐나는 오늘과 같은 때는 말과 혀는 일상을 사는 모든 이들에게 있어서도 역시 가장 큰 ‘리스크’다.
탈무드에도 혀에 관한 일화가 나온다. 어느 날 랍비가 하인에게 “비싸도 좋으니 가장 맛있는 걸 구해오라”고 했더니 하인은 혀 요리를 가져왔다. 며칠이 지나 이번에는 하인에게 “맛은 상관없으니 가장 싼 걸 사오라”고 했더니 그는 또 혀 요리를 사왔다. 이유를 물었더니 하인은 “혀는 사용하기에 따라 가장 귀한 것이 될 수 있고 가장 천한 것이 될 수도 있다”고 하면서 혀의 중요성을 일깨웠다.
삼국시대 영웅 위나라의 사마의(司馬懿) 또한, 조조(曹操)부터 4대에 걸쳐 권좌를 지켜낸 최고의 비결은 말을 조심하는 신언수구(愼言修口)였다. ‘낭고지상’(狼顧之相)의 사마의는 항상 고개와 허리를 숙이는 겸손함으로 참고 기다리며 무엇보다도 말을 신중히 했다. 어떤 경우도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을 정도로 혀를 철저히 관리했기 때문에 그는 천수를 다하며 ‘최후의 승자’로 살아남을 수 있었다.
말 많은 세상이다. 예나 지금이나 자신의 혀를 이기는 자가 진정한 승자다.
출처 : 경북일보 - 굿데이 굿뉴스(http://www.kyongbu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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