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웃으려 하여도 아니 웃다가도 웃으려 하지 않아도 웃게 됩니다. 간혹 그러할 때가 있는 것입니다. 웃음은 실소와 미소와 박장대소로 구분됩니다. 스스로에 기인한 자책의 웃음이 실소이고, 다른 이가 만들어 주는 웃음이 미소와 박장대소입니다.
미소와 박장대소가 있는 삶은 행복한 삶인 것입니다. 현재의 내가 있다는 것은 존재의 의미일 뿐, 현재의 내가 있기 위하여 오래전부터의 수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던 것입니다. 거슬러 올라가는데 있어서 마치 물고기가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듯, 힘이 닿지 않으면 거슬러 올라가지 못하듯, 기억도 그렇게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때에 되살릴 수 있는 것입니다.
다만 기억에 떠오르지 않는다 하여도 그 지난 시간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시간은 흘러갔을 뿐, 그 시간을 자양분으로 하여 지금의 내가 있는 것입니다. 기억에 안 떠오른다 하여,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되새겨지지 않는다 하여 그 시간조차도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누구라도 잃어버린 기억이 새로 만든 기억보다 더 많은 것입니다. 살면서 숱하게 많은 것들을 잊고 사는 것입니다. 앞만 보고 사느라 수많은 지난 것들을 놓치고 마는 것입니다, 비록 흘러갔지만 지난 시간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 준 것입니다. 추억이 넉넉하다면 지금 가난이어도 나누어 줄 마음은 풍성할 수가 있는 것입니다.
지난 기억이 고운 사람은 지금의 마음도 어여쁩니다. 기억이 풍성하니 주머니가 텅텅 비어 있어도 기꺼운 나눔을 실천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추억과 기억은 서로 공존하는 것이니 상호 밀쳐내는 것이 아니라 손잡고서 서로 끌어당겨서 삶을 지탱하게 해주는 것입니다.
지난 것이 거추장스러운 것이 아님에도 되돌아볼 여유가 없는 현대인의 삶입니다. 지난 시간이 소중한 의미가 되었던 것임에도 현재에 연계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잊고 싶은 지난 시간은 없는 것입니다. 되돌아보면 그런 가난과 그런 힘든 순간이 있었기에 오늘이 있는 것입니다.
지난 기억들이 떠올려지는 것만으로도 삶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단숨에 떠오르지 않을 뿐, 지난 기억 위에 지금의 기억이 켜켜이 쌓여지게 되는 것입니다. 기억을 내려놓을 때의 순서가 있습니다. 제일 오래된 기억이 제일 밑에 자리하고 있기에 그 위로 새롭게 쌓은 기억부터 잊어가는 것입니다.
마치 엘리베이터를 타듯 제일 먼저 탄 사람이 제일 늦게 내리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그러하니 오늘을 기점으로 더 가까운 어제의 기억을 제일 먼저 잊게 되는 것입니다. 인간의 뇌에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기억은 제일 먼저 저장한 기억일 것입니다. 아마도 죽음 앞에 기억도 그것일 것입니다. 나이가 들어 고향이 제일 많이 떠올려지는 까닭도 고향에서의 기억이 그러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새로운 기억이 곱다면, 지난 시간의 기억은 그로 인하여 고운 것입니다. 마치 뒤의 색칠이 아름다워서 그 덧칠 아래의 채색은 안 보임에도 고운 것처럼, 남에게 좋은 언어와 선행을 행하여 지금의 기억들이 고와야 하는 것입니다. 연구자들에 의하면 거짓말과 남을 속이는 행동을 많이 한 사람이 치매에 더 많이 걸린다고 합니다. 그 순간 뇌에 불안정한 파장이 증폭되기 때문이라 합니다.
순간을 면하려고 거짓말을 일삼고 더 얻으려고 속임수를 쓰느라 추억과 기억을 오래 보존하는데 사용하여야 할 맑은 에너지를 탕진하게 되는 것입니다. 남에게 좋게 말하고 다른 이에게 선행을 행하는데 주저하지 않아야 하는 것입니다. 고운 기억을 쌓는 첩경인 것입니다.
출처 : 경북일보 - 굿데이 굿뉴스(http://www.kyongbu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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