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고민을 한다. 담쟁이넝쿨이 자라 올라오듯 큰 고민이 사라지면 작은 고민이 큰 고민의 자리로 올라온다. 밤잠을 설치게 했던 인간관계의 갈등이나 경제적 손실에 대한 고민은 가족 중 누군가 병중에 있으면 그동안의 고민이 무색할 정도로 흐려진다. 반대로 아무 걱정이 없는 날엔 새로 산 냉장고 색깔이 마음에 들지 않아 잠을 설칠지 모른다.
많은 사람이 죽기 전에 후회하는 것 중 하나가 “쓸데없는 걱정을 하느라 정작 하고 싶은 일은 못 한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하는 걱정의 96%는 불필요한 걱정이라고 한다. 캐나다의 심리학자 어니 젤린스키는 ‘느리게 사는 즐거움’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하는 걱정의 40%는 현실에서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걱정의 30%는 이미 일어난 일이며, 22%는 사소한 것이다. 또한 걱정의 4%는 우리 힘으로 어쩔 수 없는 것이며, 겨우 4%만이 우리가 바꿀 수 있다.” 인생의 대부분을 불필요한 걱정을 하며 마음의 평화와 기쁨을 잊은 채 살아간다는 것이다.
걱정과 불안을 바라보는 마음의 태도를 바꿔볼 필요가 있다. 삶은 문제와 고통의 연속이다. 어쩌면 이것은 위대한 진리다. 미국의 작가 스캇 펙의 말처럼 진정으로 삶이 힘들다는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면 삶은 더 힘들지 않을 수 있을까?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 직면할 때, 부당한 느낌이 들어 억울할 때 “이거 어떻게 하지”라고 생각하기보다 “그럴 수도 있지” “그러려니 해야지” 하는 것이 마음이 편할 수 있다.
누군가의 인정을 받길 원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그러나 삶의 전부가 될 때 문제가 된다.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할 것으로 생각하지 말자.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남들이 나에게 관심조차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내가 아무리 노력하고 헌신한들 이유 없이 나를 싫어하는 사람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동안 타인의 시선이나 기대에 맞추는 ‘가짜 삶’을 사느라 정작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누리지 못했는지, 좋은 평판을 듣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심지어 분노의 감정을 억눌러 마음의 병을 얻은 건 아닌지, 매사에 완벽해야 비난과 따돌림 그리고 수치심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건 아닌지 나의 삶을 돌아보자.
자신에게 조금 너그러워지자. 실현 가능성이 낮은 것들은 체념하고 당장 실천 가능한 일부터 하자. 그래야 현재를 강력하게 느낄 수 있고 미래에 대한 불안이 줄어든다. 아주 사소한 것부터 시작하자. 충분한 수면과 유산소운동, 묵상하기, 가족과 지인에게 마음 털어놓기, 취미활동하기, 불안의 이유 기록하기 등도 좋다. 아침에 일어나 잠자리를 정리하고, 물 한 모금을 마시고 심호흡하면서 “오늘 하루 작동 시작”이라고 말해보자. 반복할수록 안정감을 느끼며 현재에 집중하게 된다.
북유럽 사람들에게 통용되는 ‘얀테의 법칙’이 있다. ‘당신이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말아라’ ‘당신이 남들보다 좋은 사람이라고 착각하지 말아라’ ‘당신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 똑똑하다고 생각하지 말아라’ ‘다른 사람이 당신에게 관심 있다고 생각하지 말아라’ 등 10가지 방식으로 자신을 특별하거나 지나치게 뛰어난 사람으로 여기지 말라는 내용이다. ‘보통사람의 법칙’이라고도 불리는 이 ‘얀테의 법칙’은 자신을 낮추고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인 듯하다. 그런데 겸손한 태도는 좋지만 너무 자존감이 낮은 태도가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이에 반대하는 어떤 이들이 ‘반(anti)얀테의 법칙’을 만들었다는 한 블로거의 글을 읽었는데 즐거웠다. ‘자신을 믿어라’ ‘너의 특별함을 믿어라’ ‘네 마음이 원하는 대로 선택하라’ ‘큰 꿈을 꿔라’ ‘선두에 서야 한대도 그 길을 걸어갈 용기를 가져라’ ‘네 빛을 세상에 내보여라’ ‘처음에 실패할지언정 용기를 잃지 말라’ ‘도움을 요청하길 두려워 말라’ ‘반대편을 만났을 때는 가능성을 봐라’ ‘오늘 스스로 최선을 다하라’ 등의 용기를 주는 내용이다.
두 가지 모두 자신에게 삶의 태도를 돌아보게 한다. 어떤 이에겐 ‘얀테의 법칙’이 어떤 이에겐 ‘반얀테의 법칙’이 필요할 것이다. 남과 자신을 비교해서 우월감을 느끼거나 열등감을 가진 채 자신을 불행 속으로 몰아넣을 필요가 없다. 각자에게 맞는 현재를 살아낼 뿐이다. 그리고 오늘은 바로 우리가 걱정하던 내일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좋겠다.
[출처] - 국민일보